서준이 책장을 넘기며 투덜거린다.
“아, 진짜...해마, 시냅스, 글루타메이트 ... 이게 뭐냐고. 인간의 뇌는 왜 이렇게 복잡해?”
현우는 말없이 편의점 옆 벚꽃나무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서준아, 나... 이람이한테 고백하려고.”
서준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툭 던진다.
“드디어? 그런데?”
“근데.
13살 때, 걔랑 같이 강아지 구했던 거, 그거.. 말해도 될까?”
서준은 여전히 리포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한다.
“고백할 때 그 얘길 꼭 해야 해?
그냥 고백해.
아니면 말 안 하고 사귀다 나중에 얘기하면 되는 거고.”
현우가 슬며시 고개를 숙이며 말을 한다.
“응...
걔는 어릴 때부터 수의사가 꿈이었잖아.
진심으로 그 길을 걷는 애야.
근데 난, 그냥... 그 애가 멋져 보여서, 따라왔을 뿐.”
서준은 손에 쥔 펜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래서?
그 얘기하면 걔가 너한테 실망할 거 같아?”
“…아니. 그런 애 아냐.
알면... 따뜻하게 받아줄 거 같긴 해.
근데… 혹시 부담스러워 할까봐.
이제서야 조금 가까워졌는데, 부담 느끼고 멀어질까봐.”
서준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현우를 바라본다. 짜증 섞인 말투.
“야, 그럼 그냥 평생 말하지 마!
마음속 깊숙이 묻어두고 혼자만 간직해!”
그리고 현우를 노려보며 말한다.
“하... 그리고 진짜.
아무리 네가 조별 발표 때 잘했다고 쳐도!
무조건 점수 잘 나올 거라고 확신해도,
이건 아니지.
이 수업, 원래 네가 들었어야 했잖아!
난 너 때문에 지금 뇌과학 리포트 쓰면서 머리 깨지고 있거든?
고생은 내가 하고 있는데. 뭐, 내 앞에서 연애상담?
죽을래?"
현우는 웃음을 참으며 리포트를 슬쩍 집어 든다.
“이거 내가 가져간다ㅡ”
“…진짜? 와... 이러면 바로 용서 가능!”
서준, 얼굴이 풀린다. 짜증 가득한 표정이 어느새 웃음기 섞인 장난기로 바뀐다.
“빨리 고백하고, 진짜 잘 돼라. 이번엔 꼭 성공해!”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