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닿을 수 없는 마음이라서

by 달이음

3장. 닿을 수 없는 마음이라서


과에서 준비한 환영회는 예상보다 시끌벅적했다.
강의실에서 조촐하게 치를 줄 알았건만,

작은 주점 하나를 통째로 빌려 열린 환영회는 축제처럼 북적거렸다.


흘러나오는 음악,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놓인 안주와 술병들.
조금도 조용할 틈이 없는 분위기였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이람은 새로 친해진 친구 하영과 함께 사이다를 마시고 있었다.


“이람아, 너 술 못 마셔? 아까부터 사이다만 마시고 있네?”

“응. 나 술 한잔만 마셔도 얼굴 빨개지고 금방 취해서…

안 마시려고 노력 중이야.

그리고… 종교적인 것도 있고.”

이람은 조심스레 대답하며,

혹시 하영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눈치를 살폈다.

“그래? 나도 잘 마시진 못하는데 분위기는 좋아하거든~ 에잉, 재미없다 너~”

하영은 금세 웃어넘기며 조잘조잘 말을 이었다.


“야, 근데 쟤네는 진짜 선남선녀 커플이네.

다들 말 걸려고 줄 선 거 봐~ 테이블 완전 북적북적 하잖아?”


삼삼오오 모인 무리들 사이,
유독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는 한 테이블.
하영이 가리킨 곳 그 중심엔, 김현우와 최보미가 있었다.


“현우야~ 이거 맛있네. 이것도 먹어봐.”
보미가 웃으며 현우의 앞접시에 새우튀김을 올려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이람은 괜히 마음이 저려 왔다.


현우는 말없이 안주를 집어 들었고,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부러움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야, 둘이 완전 그림인데?”

“둘 다 키 크고 얼굴 작고, 모델이야 뭐야~”
“이쯤 되면 사귀는 거 아니냐?”

현우는 “아니야.”라며 정색했지만,
이미 사람들의 눈엔 ‘현우와 보미’라는 그림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람은 구석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하영과 대화를 나누며
살짝씩, 조심스레 현우를 훔쳐보았다.


어쩌다 시선이 마주치면,

마치 얼음물에 손을 담근 것처럼 심장이 찌릿했다.


'…그래. 저렇게 잘생기고 인기 많은데,
소심한 내가 어떻게 친해질 수 있겠어.'


이람은 현우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을 애써 눌러 담았다.

아무리 같은 과라 해도,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걸 자꾸 실감하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너도나도 현우와 보미가 앉은 테이블로 몰려들었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하영도 어느새 다른 친구들과 떠나버렸다.


이람이 앉은 테이블은 점점 조용해졌다.

그녀는 잔에 사이다를 따르던 손을 멈추고,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병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잔에 술을 따르고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시다 보면, 이 감정도 조금은 무뎌지겠지…'


그날따라 유난히 쓴 알코올은 목으로 쓱쓱, 빠르게 넘어갔다.

건배 소리, 웃는 얼굴들 사이에서 이람은 조용히,

혼자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다.

“괜찮아, 이람아.
첫눈에 반한 거, 그거뿐이잖아.
금방 괜찮아질 거야...

그래도...
그래,

술김에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볼까?”


그렇게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마신 술이 몇 잔째였을까.


눈앞이 흐려지고,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이람의 정신이, 아득히 가라앉았다.




필름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다. [필.끝.너]


- 달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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