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장. 무심한듯 전하는 진심 어린 마음들

by 달이음

요즘 학교 안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이 있다면 단연 서준과 보미였다.

이제는 어디서든 툭툭거리는 말 끝에 툭, 뽀뽀 한 번씩 하고 가는 두 사람.

심지어는 복도 한가운데서도, 계단 앞에서도, 카페 대기 줄에서도 눈만 마주치면 뽀뽀를 했다.

“야, 이서준. 숙제는 했어?”

“몰라. 니가 도와줘.”(쪽!)

툴툴거리다가도 결국 입술이 먼저 가는, 그야말로 ‘뽀뽀귀신 커플’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자자했고,

어느새 친구들이 몰래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에까지 올라가면서

“ㅇㅇ캠퍼스 뽀뽀커플”이라는 별명으로 조금씩 유명해졌다.

어느 날 저녁. 서준이 갑자기 보미에게 말했다.

“야, 우리, 어머니한테 인사드리러 가자.”

“…뭐?”

보미가 커피를 마시다 말고 눈을 껌뻑였다.

“너네 어머니한테 인사드려야지.”

보미는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울 엄마 신경도 안 쓸걸… 걍, 그러려니 할 거야.”

하지만 서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상관없어.신경 쓰시든 안 쓰시든, 난 네 어머니 꼭 뵈어야겠어.”

결국 “하… 진짜 귀찮아…” 하면서도 보미는 서준을 데리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로 향했다.


저녁 무렵,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작고 세련된 와인바였다.

서준은 입구에 걸린 간판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야. 너네 엄마 술집 한다고 해서, 나는 그냥 호프집인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와인바잖아?”

보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게. 다들 편견 심하지. 울 엄마, 좀 멋있어.”

안으로 들어가니 한눈에 봐도 세련되고 기품 있는 여인이 바 테이블에 서 있었다.

서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미, 엄마 많이 닮았네…’

보미의 어머니는 두 사람을 보자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왜 왔어.”

보미가 대답했다.

“이 애가 인사드리고 싶대.”

서준이 주저 없이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보미 남자친구 이서준입니다. 정식으로 사귀고 있고요,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보미 어머니는 그 말에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툭 내뱉듯 말했다.

“맘대로 해.”

보미와 서준은 쉽게 허락하신 보미 어머니를 살짝 어리둥절 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떄, 보미 엄마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하나 틀어 그들에게 보여줬다.

“이거 봐봐. 너희 둘 요즘 유튜브에서 좀 뜨던데?”

영상에는 도서관 앞에서 뽀뽀하고 있는 서준과 보미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헉! 엄마 그거 지금 틀면 어떡해!!”

보미가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고,

서준은

“감사합니다. 어머니. 저 더 유명해져서 보미 먹여 살리겠습니다.”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보미 어머니는 피식 웃으며 잔을 닦았다.

“둘 다 잘해봐. 와인은 마시고 갈꺼니? 좋은 거 있는데 추천해줄까?”


와인을 한 잔씩 마시고 간단한 얘기를 나눈 뒤 두 사람은 바를 나왔다.

밤공기를 마시며 걷던 보미는 살짝 조용해졌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오늘…엄마 좀 이상하다.”

“왜?”

서준이 물었다.

“그냥… 울 엄마, 날 귀찮아하고 미워한 줄 알았는데…”

보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아닌가 봐. 관심 없는 것도 아니었고. 나는… 그냥 엄마가 나한테 너무 무심한 줄로만 알았거든.”

서준은 아무 말없이 보미의 손을 가볍게 감싸쥐었다.

“자식을 미워하고 귀찮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미는 작게 숨을 들이쉬며 작은 웃음을 흘렸다.

“응… 그런가봐. 덕분에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어.”

보미는 엄마와의 사이가 조금은 원활해진 것 같아,

단단해진 마음을 이끌고 서준과 힘차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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