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현우와 이람의 연애가 캠퍼스 안에서 화제가 되던 무렵.
둘이 손을 꼭 잡고 다니기만 해도
학생들 사이에 시선이 쏠렸고,
몇몇 여학생들의 질투 어린 눈빛도 느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현우는 갑자기 툭- 말을 꺼냈다.
“이람아, 우리 집 갈래?”
이람은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현우는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웃었다.
“엄마, 아빠가 너 오랜만에 보면 진짜 좋아하실 거야.”
“…아, 본가 얘기였구나.”
이람은 순간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깨닫고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 모습을 본 현우는 그새를 못 참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이람~ 너 지금 무슨 상상했어?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졌지?”
“아…아니야. 그만 놀려!”
이람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현우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이람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며칠 후, 이람은 현우의 본가를 함께 찾았다.
문을 열자 반갑게 맞아주는 현우의 부모님.
이람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렸을 때 갑자기 인사도 없이 떠나게 돼서 늘 마음에 걸렸어요.
이렇게 다시 인사드릴 수 있어 정말 감사해요.”
현우의 어머니는 이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말했다.
"아이고, 이람이 너무 컸네~ 너무 예쁘게 잘 자라줬구나.”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하게 웃었다.
“이 놈이 너 얘기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 이렇게 다시 보니 진짜 반갑다.”
현우는 옆에서 말없이 흐뭇하게 이람을 바라보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현우는 이람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방 한켠 책장 위, 현우의 사진 공모전 상장들과 정성껏 정리된 사진첩이 놓여 있었다.
이람은 조심스레 사진첩을 펼쳤다.
“...이거 다, 네가 찍은 거야?”
현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응.중고등학교 때 공모전 나간 것들. 취미처럼 시작했는데,”
“사진 찍을 때만큼은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이람은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의 사진들을 바라봤다.
풍경, 사람, 동물… 렌즈 너머로 세상을 진심으로 담아낸 순간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살짝 색이 바랜 사진 한 장.
현우의 지갑에도 있던 자신의 사진이었다.
현우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사진.. 내 첫 셔터가 너였어.”
이람은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조용히 말했다.
“현우야… 사진, 다시 진지하게 해볼 생각 없어?”
현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너 옆에 있는 게 너무 좋아. 나는 그거면 돼.”
이람은 현우의 고집을 잘 알기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취미로라도 꼭 해. 사진, 정말 멋있어.”
그때, 문이 살짝 열리며 현우의 어머니가 조용히 들어왔다.
“현우야, 이거… 너한테 줄 게 있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등기로 왔더라. 군대 입영 통지서래.”
순간, 방 안 공기가 뚝, 가라앉았다.
현우는 봉투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벌써? 벌써 가라고 날아온 거에요?”
그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괜히 억울하다는 듯, 조용히 벽을 한번 바라봤다.
그리고 이람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군대 미룰까? 나 너랑 좀더 오래 같이 있고 싶은데..”
이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옆에 가만히 앉았다.
사귄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제 막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벌써 떨어질 날을 계산해야 한다는 게 마음 깊숙이 쓰라렸다.
이람은 작게 그를 불렀다.
“현우야…”
현우는 애써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조금 더 생각해볼게”
무거운 공기의 기운이 둘 사이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