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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시인 Jun 14. 2020

미처 알지 못한 더 대단한 것들

텃밭을 며칠 동안 가꾸질  했다
정갈했던 밭은   여백 없이 모두 녹색으로 채워졌다
게으름에 화가 치밀어 잡초들을 모조리 뽑아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갑도   채로 닥치는 대로 열심히 뽑았다
그러다가 그만 풀에 손가락이 베어 피가 났다
장갑이라도 끼고 뽑을  후회하면서 
허리를 펴고 한참 남은 풀들을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풀들이  많다 
어떤 바람과 비에도 견디는 질긴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않는 모난 
혼자보다 같이라면  강한 덩굴 
그 외에도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풀들

 풀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들이 여기에서 자라나는 이유는 
내가 텃밭을 가꾸는 이유보다
 대단할 텐데

나의 마음속에서도
내가 가꾸고 키우고 싶은 것들만 남겨두고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대단한 것들을
이렇게 매몰차게 뽑아버린 것은 아닌지 
부끄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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