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알지 못한 더 대단한 것들
텃밭을 며칠 동안 가꾸질 못 했다
정갈했던 밭은 한 치 여백 없이 모두 녹색으로 채워졌다
게으름에 화가 치밀어 잡초들을 모조리 뽑아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갑도 안 낀 채로 닥치는 대로 열심히 뽑았다
그러다가 그만 풀에 손가락이 베어 피가 났다
장갑이라도 끼고 뽑을 걸 후회하면서
허리를 펴고 한참 남은 풀들을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풀들이 참 많다
어떤 바람과 비에도 견디는 질긴 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않는 모난 풀
혼자보다 같이라면 더 강한 덩굴 풀
그 외에도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풀들
그 풀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들이 여기에서 자라나는 이유는
내가 텃밭을 가꾸는 이유보다
더 대단할 텐데
나의 마음속에서도
내가 가꾸고 키우고 싶은 것들만 남겨두고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더 대단한 것들을
이렇게 매몰차게 뽑아버린 것은 아닌지
부끄러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