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는 잠만 자는 사이었잖아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건
그날이었어
그날에 우리는
낮부터 밤까지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서로 이야기를 했어
저수지가 보이는 돌밭에서
엉성하게 만든 모닥불 피고
술 넣은 텀블러 하나로
한 모금씩 번갈아 마시며
해는 스러지고 달은 채워지고
푸르스름한 것들이 가득일 때
그 많던 말들이 침묵이 되고
그저 감상을 했어
어떠한 이유로
너와 다시 잠만 자는 사이가 됐어
해가 뜨면 빨아야지 하고
한편에 모아둔 장마철 빨랫거리만큼
쿰쿰하고 찝찝한 어떠한 기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