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예뻐서 꺾고 싶니
라고 말했던 사람의 말을 이제 알 거 같아요.
그 말을 이해하는데 4년도 더 걸렸어요.
꽃을 기어코 꺾고 난 다음
인위적인 시듦을 관찰해야 했던 날들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어요.
그때 그 꽃을 꺾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은 소설에 불과해요.
꺾지 않았다면 밟았을 수도
밟지 않았다면 싫증 났을 수도
그래서 더 이상 안타깝진 않아요.
그전까지는 꽃은 당신일 거라 생각했어요.
우리가 만들어 낸 거라곤 짐작도 못하고서요.
꽃은 꽃을 스스로 꺾지 못하거든요.
그저 자연스러운 시듦을 만끽할 뿐이죠.
그리고 정말 기억력이 좋다면
이쁜 꽃이었었다고 자축하면 돼요.
꽃을 당신으로 착각해 버린 나는
한아름 손에 움켜쥐어 가져갔고
제자리에 떨어지지 못하고 양분이 되지 못한 채
다시는 시들지도 피지도 않을 그 꽃을
희미한 기억으로만 그려요.
언제인가 그때가 될 지금을 충분히 만끽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