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시끌 솔메이트

운치를 넘어서는 본능의 존재로

by 달랑무


유난히 시끄럽다 생각하는 스테인리스 그릇이 있다. 사은품으로 받은 그릇 중 가장 필요한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딪치는 면을 만날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시끄러운. 식구들이 자고 있는 조용한 시간이나, 이른 아침에 조심하면서 쓸라 쳐도 꼭 필요 이상의 소리를 낸다. 웬만큼 부딪쳐서야 달그락하고 말걸 이 그릇은 쨍그랑 소리다. 매우 거슬린다. 조촐한 식구의 찬거리를 다듬을 때나, 한 주먹거리의 뭔가를 씻거나 무칠 때, 잠깐 내용물을 옮길 때 손이 쉽게 가는 그릇이되 새된 소리로 존재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그릇이 이이다.

쓸모가 별로였으면 이미 처분하고도 남았을 존재,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울림이 더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 그릇을 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비슷한 크기와 무게로 소리 나지 않는 그릇은 많다. 플라스틱 그릇을 쓰면 된다. 무거워도 괜찮으면 질그릇을 쓰면 되고. 시끄럽다 하면서도 왜 이 그릇을 고집하는 걸까. 막 데친 나물을 플라스틱에 담으면 거쳐 간 이의 미처 떠나지 못한 냄새가 밸 것만 같다. 질그릇은 오십견이 지나간 후로 점점 무거워져 손이 안 간다. 궁여지책이기도 하고, 손에 쉽게 잡히기도 해서 쓰는 이 만만한 그릇은 뜨거운 나물의 체온을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통에 불편한 마음보다 나물 무치는 손이 먼저 반갑다.


맞춤한 크기와 소용에 편한 무게이면서 플라스틱보다는 나은, 질그릇보다 가벼운, 그런데 소리는 좀 나는 그런 그릇이 있다. 찌그러질 순 있어도 깨지지는 않는, 쿨한 내 풍기며 체온 나누는 그릇이라는 흔하지 않은 이유로 당분간 그를 쓰게 될 것 같다. 필요할 때 손쉽고 가볍게 몸을 내주는 이여, 당신의 시끄러운 소리는 쓸 때마다 반갑다는 인사로 여기겠습니다.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소음이 있는 시간엔 당신 소리 시끄러운 줄 몰라 덜 거슬리니 되도록 그 시간에 만나보기로요. 내적 충만으로 가득 차 스스로 소리를 줄일 수 있을 때도, 외적 소음으로 당신의 소리가 시끄러운 줄 모를 때도 여전히 당신은 나의 시끌 솔메이트일 겁니다.


소나기다. 바람이 비껴 불어 창을 때리지 않는 한 사무실 안에서는 빗소리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런데 비 올 때마다 존재를 알리는 시끄러운 메이트가 더 있다. 작년에 새 단장을 했다는 건물은 내부만 했는지 4층에서부터 연결되어 빗물받이로 흐르는 바깥 홈통이 바로 그. 비가 오면 홈통은 숫제 콩 볶는 소리를 낸다. 따닥따닥 따따다다 닥닥…. 가득 찰 일이 없는 한 홈통은 비를 만날 때마다 콩을 볶을 테다. 그래 콩 볶는 홈통은 그릇보다 운치라도 있네. 그렇더라도 음식을 거드는 내 솔메이트만은 운치를 넘어서는 본능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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