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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Apr 26. 2024

행복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하고 싶었다. 행복하고 싶었기에, 공부도 열심히 했고,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정해진 기준과 시간표를 이정표로 좇아가며, 남들보다 잘해야, 적어도 남들만큼은 하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신념을 굳게 믿으며 살았다. 그렇게 뒤처지지 않고 안간힘을 쓰며 더 높이 올라가려고 하다가 나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처럼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서 있던 그 길이 결코 행복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그 뒤로 몇 번의 우울증을 온몸으로 겪으며, 나는 초등학생 때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그림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는 서로를 밟고 올라가던 애벌레 기둥에서 내려와 고치의 시간을 거쳐 나비가 되는 노란 애벌레와 호랑무늬 애벌레 이야기가 나온다. 그 나는 지금껏 걷던 것과는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픽사베이

그 뒤로 내가 했던 것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나는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라는 책에서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 고 대답을 하는 달라이라마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직접 만나 강의를 듣거나, 인터뷰를 하면서 그 답을 구하고자 했다. 그중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외수 같은 작가분도 있었고, 이현주 목사님, 이해인 수녀님, 텐진 팔모 스님 같은 종교인이나 제인구달, 한비야 같은 활동가도 있었고,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하우스, 음성의 꽃동네에서 봉사를 하시는 수녀님이나 봉사자분도 계셨다.


https://brunch.co.kr/brunchbook/ibecomemyself


당시 나는 삶의 빛과 의미를 모두 잃고 죽고만 싶었기에, 그만큼 간절히 살아야 하는 의미를, 산산이 무서진 목표를 찾고만 싶었다.


그 길에서 나는 틱낫한 스님이 살아생전 지내셨던 프랑스의 평화공동체인 플럼빌리지에 가게 되었다. 파리에서 기차와 버스를 몇 번 갈아타며 어렵게 찾아간 보르도라는 시골 마을에 있는 플럼빌리지에 처음 도착했을 때 들렸던 음악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I have arrived. I am home.
In the here and in the now.
I am solid. I am free. I am solid.
I am free. In the ultimate I dwell.  

도착했네/집이네/지금 여기에/나는 굳건하네/나는 자유롭네/궁극에 나는 머무네.


플럼빌리지에서는 그곳에서 살고 계시는 스님들께서 악기를 연주하시며, 전 세계에서 모여든 방문객들과 노래를 불렀다. 그중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 중 하나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는 행복에 대한 노래였다.


Happiness is here and now.
I have dropped my worries.
Nowhere to go, nothing to do.
No longer in a hurry.

행복은 지금 여기/걱정은 내려놓았네/갈 곳 없고, 할 것 없네/더이상 서두르지 않네


나는 그제야, 행복을 갈망하고 구하느라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에 나를 비추는 햇살에, 내가 딛고 있는 땅의 단단함에, 나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그 바람에 실려오는 향기에...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에,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도착했다는 말이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는 내가 만나는 아이들과 이러한 만남들과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는데, 어릴 때부터 줄 세우기를 하는 입시교육의 압박에서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행복에 대한 수업을 할 때면 아이들의 눈이 어느 때보다 빛나는 게 느껴졌다.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행복이란 무엇인가?
2.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이 질문들은 내가 만나왔던 분들께 들었던 질문이기도 했고, 내 삶을 다시 돌아보고 변화시켰던 질문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행복에 대해     


‘즐거운 감정, 마음이 편안할 때, 마음속에서 편안함과 부드러운 느낌,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멋진 감정, 안 좋은 감정들이 없을 때, 아무 걱정 근심 없이 즐거운 일을 할 때,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는 것’


등의 정의를 했고,     


행복한 순간에 대해서는     


‘집에 가는 골목을 걸을 때, 택배 박스를 뜯을 때, 숙제를 끝내고 마음 편히 게임할 때, 아빠와 따뜻하게 낮잠 잘 때, 귤 까먹으며 넷플릭스 볼 때, 여행 가는 비행기를 탈 때, 전기장판 틀고 핸드폰 볼 때,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느낄 때, 해 질 녘 강물에서 빛나는 윤슬을 볼 때’     


등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서로가 행복한 순간을 나누면서


“맞아, 맞아! 나도 그래!”


라고 맞짱구치는 모습들도 매우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선생님은 행복을 느낄 때 가슴에 꽃이 피는 기분이 든다.’며 함께 ‘피워내자’라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보며 우리 몸과 마음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동작으로 따라 해보며 몸을 이완하고 풀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 나서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감각과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이처럼 멋진 작품들로 자신만의 행복을 표현했다. 그런 아이들의 그림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나는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라는 책에서 읽었던 아래의 구절이 떠올랐다.     


유명해질 필요 없다.
사랑받거나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뛰어난 존재나 중요 인물이 될 필요도 없다.
 …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이 그런 허망한 것들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게 전부다.
… 바야흐로 당신은 자유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 있다면, 미래에만 존재하는 행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피어나고 있는 행복을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이미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웃고, 우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으로, 엄마로 서 있는 내가 할 일은 그런 아이들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는 것, 아이들의 행복과 웃음을 배우며 소중하게 지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꽃 피어나기를 바라는 바로 이 마음이 오늘의 나를 피워내는 봄날이다.        


* 수업 참고자료


노래 : Happiness is here & now – plum village songs

     ‘피워내자’ – 배이화 작사작곡, 남하율 노래

      ‘행복하면 좋겠다’ – 배이화 작사작곡

책 : <행복은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샬롯 에이저, 롭 출판사

      <행복의 순간>, 실비아 크라훌레츠, 옐로스톤 출판사

      <매일매일 행복해>, 프란체스카 피로네, 피카주니어 출판사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 앤소니 드 멜로, 샨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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