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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스쿨 Aug 23. 2024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간밤에 꿈을 꿨다. 세상이 멸망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피신처를 찾다가 지금 가르치는 학생 두 명을 만났다. 나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튼튼해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선 건물 내에서 먹을 것들을 찾았다. 나는 부엌 창고 같은 곳에서 감말랭이를 찾아내어 아이들에게 "우리 이거 잘 나눠 먹으며 버텨보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물을 찾아 수도꼭지를 틀다가 잠에서 깼다.


*


다음날 아침에 학교에 막 출근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우산을 못챙겨왔던 한 6학년 학생이 학교에 젖은 체로 뛰어들어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한테 가방 주고, 몸 좀 말리자."

라고 말하며 아이의 가방을 받아들었다. 뭔가 힘든 일이 있었는지, 나의 말과 행동에 아이가 울었다. 그 모습에 나도 눈물이 났다.


"드라이기로 머리랑 옷 말리고, 언제든 따뜻한 코코아 마시고 싶으면 샘 찾아와."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의 젖은 옷과 마음이 얼른 잘 마르기를 기도했다.


*


둘째가 돌즈음 감기에 걸려 아플 때, 세 살이었던 첫째가 둘째를 보며


"약 잘 먹고, 밥 잘 먹고 빨리 나아. 누나가 지켜줄게."


나도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든다. 한껏 손을 뻗어 안아주고 싶은 마음. 따스한 품 속에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그렇게 상처받고, 외롭고,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


*


내 생에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나는 어쩌면 세상의 끝을,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본능적으로 상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말했던 스피노자의 말처럼, 지금 내가 서있는 곳에서 묵묵히 희망을 심으려 한다. 

@픽사베이

내가 심은 나무들이 내가 만난 아이들을 지켜주는 숲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으로. 


*


아이들을 처음 만난 순간, 씨앗을 품은 대지처럼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지켜주고 싶은 그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간다. 그렇기에 매일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 삶은 어느새 하나의 큰 기도가 되어 흐른다.


빗물이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흐르듯이 기도가 세상의 모든 아이들 마음에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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