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생일인 것 같아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국 안 질려?"
오늘로 109일째 먹는 미역국이었다. 그동안 300그릇이 넘는 미역국을 먹었다. 임신 때 먹었던 것까지 더하자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반년 내내 주식으로 미역국을 먹은 격이니까. 임신 때는 영양보충 때문에, 출산 후에는 모유 수유 때문에 매일 미역국을 챙겨 먹었다. 남편은 그런 내가 측은한가 보다. 오늘 같은 날은 그래도 맛있는 것 좀 먹지. 볼멘소리를 한다.
"괜찮아. 맛있어!"
그동안 내가 먹은 미역국은 모두 남편이 끓여줬다. 한 번이라도 미역국을 만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역국에는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역을 충분히 볶아야 하고, 약한 불에서 은근히 오래 끓여야 부드럽고 맛있어진다.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늘 새벽까지 미역국을 끓였다. 그렇게 남편이 한 솥 끓여놓으면 나는 매 끼니 미역국을 챙겨 먹었다.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을 꺼내 먹을 때마다 꼭꼭 남편에게 맛있다는 말을 건네면서.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먹었던 음식이 매일 먹는 주식이 되면서 나는 더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번거로울 수도, 질릴 수도 있는 매일매일의 미역국. 미역국 한 그릇이 남편의 마음이라면, 맛있다 한 마디가 나의 마음이었으니까.
오늘도 출근하는 남편은 잔소리를 한다.
"국물 너무 졸았으면 물 조금 부어서 끓여 먹고, 소고기 일부러 많이 넣었으니까 골라 먹어. 혼자라도 밥 챙겨 먹고."
따따부따 남편의 잔소리에 나 오늘도 사랑받고 있구나. 발그레진다.
"응. 맛있게 먹을게."
고마워, 남편.
나는 매일매일이 생일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