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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수리 Dec 19. 2019

달님을 가지고 놀았어

평온하고 행복했구나 거기는

불을 끄고 셋이 누웠다. 서안은 내 왼손을 더듬어 잡았고 지안은 꼬물거리며 내 가슴팍에 올라와 안겼다. 제법 통통해진 지안의 무게에 가슴과 배가 눌려서 심장이 배에서 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느낌이 아이들 품었을 때 태동과 비슷해서 갑자기 기분이 묘했다. 몹시 그리웠던 냄새나 소리를 만난 것처럼 아찔하게 뭉클해져 버렸다. 정말 행복했었구나 그 느낌이. 나는 지안의 등을 긁어주며 말했다.


"너네가 엄마 뱃속에 살았을 때 둥그렇게 돌아다녔어. 엄마가 지금 그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 너희는 어떤 느낌인지 알까?"

"알아. 지안이는 밥을 많이 먹으면 밥이 배를 이렇게 돌아다녀."

"지안아. 엄마 뱃속에 살던 거 기억 나?"

"기억 나."

"그때 뭐 하고 지냈어?"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자장자장. 이렇게 했어."


지안은 작은 손으로 내 가슴을 토닥이며 노래를 불렀다.

잠자코 듣고 있던 서안이 소리쳤다.


"엄마! 서안이도 기억 나."

"서안이는 엄마 뱃속에서 뭐 하고 지냈어?"

"서안이는 달님을 가지고 놀았어."

"그랬구나. 그래서 너네가 움직일 때마다 엄마가 기분이 좋았구나."


나의 뱃속에서 달님을 가지고 놀던 서안자장가를 부르던 지안상상했다. 평온하고 행복했구나 거기는. 그런데 지금 여기도 그렇단다. 나는 어둠 속에서 서안지안을 차례로 안아주었다.




* 3년 전 기록해두었던 쌍둥이 태동의 느낌도 공유해요. 모두 평온하고 행복한 밤 되셔요.

https://brunch.co.kr/@daljasee/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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