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편안하다_

네 발 끝에 내가 서 있을게

by 꽃마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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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살 내가 40살 나에게 써보는 편지.


나는 지금 80살이라는 나이가 되었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흰 백발에 마른 몸이지만, 아직 건강해. 몸을 움직여 걸을 수도 있으니, 이 보다 귀한 선물이 어디 있겠어.


신의 부르심을 기다리는 중인데, 편안하게 잠들듯 그리 날 부르신다 하셨으니 그 또한 감사할 뿐이야. 그래서 하루하루가 더 값지게 느껴지는 요즘이야. 그리고 가족들 소식 궁금하지? 우리 두 아들 결혼도 하고 손자들도 낳아 잘 자라고 있어 자라는 거 볼 때 얼마나 예쁜지, 호준이 우준이 키울 때 생각 많이 났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고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인지를 느끼고 있어. 그리고 남편도 나랑 긴 시간 잘 있어준 고마운 짝꿍이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보면 세상만사 그이나 나나 잘 살아 낸 것 같아 뿌듯해.


참, 그리고 40살 네가 꿈꾸는 집 있었지? 책상에 붙여진 그 집 말이야. 그 집에서 나 지금 살고 있어, 꽃도 원 없이 기르고 또 나누기도 하고 가끔 내 뜰에서 결혼하는 부부도 있어. 신기하지? 난 가끔 뜨개질과 자수도 하면서 하루하루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면서 사는데 하루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그리고 네가 말한 자아성찰. 자애. 돈. 모두 가졌어. 그것들을 무장해재 시켜버렸더니 달려들더라고...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너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가면 되고, 직관력이 너를 이끌 거야. 내 충고랄 것도 없어. 그냥 너 자신을 믿고 따라와. 그 발 끝에 내가 서 있을 테니. 꼭 안아줄게. 우리 그때도 웃으며 같이 하자.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미래의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인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응원하는 소리에 눈물이 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전히 자주 불안함이 찾아오지만, 미래를 긍정하고 상상할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위안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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