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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라스 Jasmine Aug 21. 2024

10cm 그라데이션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 오프닝 8/24/2024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10cm의 그라데이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가사가 제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나의 하얀 옷에 너의 잉크가 묻어 닦아낼 수 없을 만큼 번졌네. 달콤한 색감이 물들어 조금씩, 정신을 차렸을 땐 알아볼 수도 없지. 가득 찬 마음이 여물다 못해 터지고 있어.


제 하얀 옷에는 어떤 잉크가 묻어났을까요?

대학교 때 교수님께서 저보고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하얀 도화지를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스무 살 시절 그때는 교수님 말씀처럼 정말 새하얀 도화지였을지도 모르지만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제 도화지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하늘색도 있고, 하늘나라로 여행 간 조카의 무지갯빛도 있을 테고, 시시 때때 변하는 아들의 무궁무진한 빛깔들도 어느새 물들어 있겠죠.


여러분은 어떠세요? 여러분의 하얀 옷에는 어떤 색깔의 잉크가 번져 있을까요? 그 빛깔들은 어떨 땐 옅은 수채화 물감이라 내 맘속이 은은히 드러날 수도 있을 테고 어느 날은 새까만 까마귀의 깃털처럼 부드럽지만 새카맣게 그늘져 맘 속이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죠.

자식들의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닿은 알록달록 알사탕 색깔이었다가 뜻밖의 부고에 해저처럼 시퍼런 심연의 빛깔로 일렁일 때도 있을 테구요.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헤쳐나가며 우리의 하얀 옷을 물들여 가고 있습니다. 내가 물들인 색깔이 맘에 들지 않으신다구요? 그럼 세탁기에 던져 넣어서 새하얗게 다시 빨면 되죠.

그리고 다시 탈탈 털어서 내 마음에 드는 색깔로 다시 칠해 나가시면 됩니다.


지난번 소개해드렸던, 윤정은 작가의 소설, 내 고통의 기억을 말끔히 씻어서 그 흔적을 지워버리는 곳,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생각나네요.

고마운 마음, 친절한 마음의 색깔은 어떤 색깔일지 궁금해지네요.


첫곡으로 띄웁니다.


10cm의 그라데이션

https://www.youtube.com/watch?v=VQZXXciZb_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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