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찾게 되었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아침을
아침에 씻고 출근하는 것 말고는 무엇을 할 수 없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간신히 눈 비비며 씻고 밥은 먹는둥 마는둥 하며 후다닥 나오는 아침.
그리고 그렇게 소란스러운 아침이 지나고 간 방은 널브러진 이불과 벗어 제낀 옷가지들로 흐트러져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운동을 해야지, 책을 읽어야지 하며 하루의 시작을 다짐해 보지만 일과가 끝나고 돌아오며 하는 생각은 늘, ‘아, 빨리 들어가서 밥 먹어야지, 빨리 씻고 누워서 뒹굴어야지.’ 이 두 가지 생각뿐이다.
일찍 일과가 끝나도 그 날 생각했던 목표들을 행하는 시간은 항상 9시 이후이다. 퇴근하고 바로 헬스장으로 가거나 카페로 가지 않는 이상, 늘 집에서 쉬다가 쉬다가 죄책감으로 간신히 나온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다행이다. 회식이나 야근으로 9시 정도에 끝나는 날이면 그날은 이미 개점휴업상태이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누워도 10시가 넘고, 자기 전에 유튜브도 봐야 하니 오늘 공부는 이미 틀렸다. 그리곤 자기 전에 생각한다. 아, 내일은 꼭 운동해야지.
그래도 괜찮았다. 매일은 아닐지라도 늦게라도 운동을 했고 책도 읽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 전, 정말 큰 일이 생겼다. 저녁을 거의 쓸 수 없는 부서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일주일에 5일내내 정시퇴근 할 때는 나머지 이틀은 쉬더라도 3일만 결심해도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3일은 일하고 이틀은 쉬고 싶어졌다.
자연스레 저녁에 끊어뒀던 영어학원을 정지시키게 되었다. 카페는 고사하고 일찍 마치면 감사히 여기고 집에 들어가기 바빴다. 대부분의 날은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다가 잠이 들었고, 운동을 안 하게 됐다. 자꾸 살이 쪘다.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건데 나는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내 시간이 없다는 사실도 답답했다. 집에 들어가서 쉬다 일어나면 바로 출근하기 때문에, 내 정신은 온통 회사에 있는 것 같았다.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문제였다. 잘 안 풀리면 계속 고민하는 성격 덕에 하루 종일 회사에 있는 기분이었다.
답답해서 땀을 흘리고 싶었다. 옛날처럼 땀을 흘리고 움직이면 개운 할 것 같았다. 너무나 갈증이 났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밤 10시는 너무 늦었다. 혼자 운동장에 가기엔 너무 두려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찾게 되었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아침을.
처음엔 운동이 아니었다. 단 10분 일찍 일어나서 홈트를 했다. 일단 다 집어치우고 군살이 문제였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스쿼트나 플랭크 같은 운동을 했다. 딱 10분이지만 비쩍비쩍 땀이 났고, 개운해졌다. 조금이지만 운동을 했다는 성취감에 뭔가 난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 다음에는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10분 일찍 일어나니 조금 더 여유가 생겼고, 출근 하기 전에 방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하루를 성공하는 비결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진짜였다. 이불을 개니까 퇴근하고 돌아와서 너무나도 정돈된 방에 돌아오면, 내 방은 따뜻함을 주면서 오늘의 나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10분 땀 흘리고 치우는 것에 자신이 생겼다.
그 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기쓰기, 책 읽기를 다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젠 한 시간을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졸리니까 명상을 틀어놓고 조금 졸고 또 그 동안 잘 쓰지 않았던 일기도 손글씨로 썼다. 아침이 충만하니 하루가 충만해졌고, 아침시간에 행복을 잔뜩 쌓아뒀기 때문에 출근하는 길도 평화로웠다. 하루 종일 회사 일에 시달려도 고민이 없었다. 왜냐면 아침에 이미 하고 싶은 것은 해놨기 때문에.
이미 난 아침에 모든 목표를 이뤘고 보너스 시간으로 출근을 하고 업무를 하고 쉬고 있었다. 그저 내가 신경 쓸 일은 늦게 자지 않는 것. 일찍만 일어난다면 나의 아침은 가득 찼고 결과적으로 하루가 가득 차게 되었다.
잠을 자면서도 후회가 없다. 그 동안은 못한 일들 때문에 죄책감에 내일은 해야지, 하며 잠들었다면, 이제는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 라는 생각에 기분 좋게 숙면을 취한다. 오히려 수면의 양과 질이 높아졌다. 아침에 하고픈 일이 많은데 일어나기 위해서면 12시 이전에는 자 줘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잠순이가 잠을 줄이지 않고 일찍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시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운동. 아침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만한 소리였다.
처음에는 2키로나 3키로를 달렸다. 일단 나오는 것부터 대견했고 더 일찍 일어나기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버츄얼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고, 일찍 10k를 완주하는 순으로 커피쿠폰을 준다는 이벤트를 보았다. 꽁짜 커피에 눈이 멀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장에 갔다. 그 아침에 10km를 뛰었다. 할 수 있는 거였다. 그 날 이후 진정한 아침이 시작 된 것 같다.
이제는 매일 일어나는 대로 뛰러 나가기 시작했다. 40분 일찍 일어나면 7키로, 50분 일찍 일어나면 8키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일어나자마자 발딱 튀어 나갔고 생각은 달리면서 했다. 오늘 뭐 입지, 오늘 어떤 일을 해야 하지, 어제 친구랑 싸웠는데 화해해야겠지 등등.
아침부터 심장이 벌떡벌떡거렸다. 아침에 에너지를 폭발시키는데 놀랍게도 이 에너지는 증폭되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한 활기참이 하루종일 나를 감싸고 있었다. 아침이 특별하니 하루가 특별해졌다. 나는 이미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혹시 업무를 제대로 못하고 괴로운 하루였더라도 이미 아침에 다 해놨기 때문에 속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 또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다음 턴으로 넘길 수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이더라.
나는 내 시간을 자유롭게 내 의지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더라.
그래서 나는 저녁 말고 아침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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