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크루 不적응기

인싸들의 향연 러닝크루에서 살아남기..에 실패했습니다. 저는 혼러너입니다

by 아침에달리

러닝크루, 그거 인싸들만 하는 것 같은데?

네, 그래서 저는 여전히 고독한 혼러너입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난 뒤 러닝크루라는 것을 들어보려고 했다. 다 같이 모여서 뛰면 정기적으로 운동 할 수 있겠지? 더 재미있게 뛸 수 있겠지? 하는 들뜬 생각을 가지고 지역 내 러닝크루를 찾아보았다. 네이버에, 카카오톡에, 인스타에 검색해 보고 이런 모임들이 있구나, 하며 공부하였다. 그러나 작고 소심한 나로서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일주일이 넘도록 어디 하나 연락하지 못했다. 생전 알지 못하던 사람들과 어떻게 연락하고 또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또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달리기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달려보고 싶었고 에너지를 얻어보고 싶었다. 같이 뛴다면, 혼자 뛰는 것보다는 훨씬 역동적이고 운동하는 사람들의 긍정과 열정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뛸 때 보다 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모임장님께 연락 드렸다.


그 뒤는 너무 쉬웠다. 어떤 모임이든 신규회원을 환영하기 때문인지 일단 나오라고 언제든지 나와도 좋다고 하셨고, 나는 또 고민고민하다가 그 다음주의 정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것도 나가려니 두려워져서 온갖 핑계를 않으려는 나를 몇 번이고 불러내는 모임장님의 권유에 못 이겨서 말이다.

매번 혼자 뛰다 보니 내가 얼마나 뛰는지, 남들과 함께 달릴 수 있는 속도인지도 몰랐다. 그냥 일주일에 한 번 달리고 싶은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운동장에 도착하자 마자, 다른 신입회원 한 분과 일단 뛰어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맙소사, 학창시절에 계주선발을 위한 전체달리기에서조차 너무 떨려서 제대로 못 뛰었던 사람이나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이 뛰어야 했던 친구들 모두 출발 총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덜덜 떨면서 ‘우리 걷자! 잘 뛰어서 뭐해’ 라며 서로의 창피한 달리기 실력에 동질감을 얻었다.

일단 뛰어보라는 그 소리부터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일단 나와 같이 처음 뛴 그 신입 분은 알고 봤더니 천안에서 5KM 대회에서 상도 탄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을 따라잡으려고 운동장 두 바퀴를 돌다가 입에서 쇠 맛이 났다.

그렇게 ‘가볍게’ 두 바퀴를 뛰고 난 뒤, 모든 크루원이 함께 뛰기 시작했다. 미리 한 시간 전부터 뛰고 계신 분도 같이 합류하여 다 같이 달렸다.

“자, 600!”

600이 뭐지??? 일단 모르겠지만 달렸다.

“이제 530 갑니다!”

리드해 주시는 분의 발이 빨라졌다. 530은 또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숨이 찼다. 4바퀴에서 이제 그만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심장이 외쳤다. 크루원에게 말을 못해서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작고 소중한 심장이 우는 것 같았다.

“저, 너무 힘들어서 못 뛰겠어요” 헉헉거리며 이실직고 했다.

“그럼 지금 도는 방향 반대편으로 돌아 걸어오세요. 그리고 우리를 다시 만나고부터 합류해서 뛰면 되요”

너무 힘든데, 운동장 반 바퀴 만에 나와 크루원들은 다시 만나고야 말았고 나는 또 뛰어야만 했다.

5KM 정도를 뛰고 난 후 마무리 운동과 단체 인증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소모임 어플을 깔아야 했고, 스트라바, 나이키런, 뉴발란스 등 여러 달리기 관련 어플을 깔면 좋다고 하셨다. 달리기는 취미로만 해봤는데 울트라부스트가 좋고, 미즈노가 좋고… 잘 모르는 말투성이었다. 다른 분들의 화려한 운동복과 운동화에도 눈길이 갔다. 나는 그냥 휠라 아무 운동화였다.


휴, 잠시 숨 좀 고르고, 그렇게 첫 정기 모임이 끝났다.

알고 봤더니 600, 530은 1km를 달릴 때 걸리는 시간이었다. 530은 1km를 5분30만에 주파한다는 의미였다. 같이 뛰는 것은 물론 너무 좋았지만 내 페이스를 모르고 따라 달리다 보니 괜히 더 힘든 것 같았다. 끝나고 다같이 담소를 나누거나 인증 사진을 찍는 것도 어색하기만 했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괜시리 부끄러웠다. 단톡방이 계속해서 울리는 것도, 끝나고 밥이나 술 등, 나는 그냥 어려웠다.

마라톤 대회 때 다같이 응원하고 모이는 것과 같은 기운이 팍팍 나는 귀중한 경험도 있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과 정기적인 시간을 맞추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냥 나는 규격화 된 러닝크루 모임은 어려웠고 그건 내 성향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선택으로 혼자 달리기, 혼런을 시작했다.


그리고 진짜 같이 달리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1년 후였다.

물론 여전히 모르는 사람과 일부러 함께 달리는 것은 어렵다! 정기적으로 함께 달리지도 않는다! 그저 원할 때, 마음 맞을 때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페이스로 함께 달릴 때, 진짜 즐거움을 느낀다.

나는 자랑스러운 혼러너다.



그리고 마음맞는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페이스로 함께 달리는 2020.11월의 어느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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