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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파니 Jul 03. 2023

나의 첫사랑 소환귀 (11)

11화. 배변교육






   

“어?! 어! 어!”

“왜?! 뭔데?!!”     


수봉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 소라를 가리키자 위기감을 느낀 금식은 자릴 박차고 일어나 황급히 그녀를 바라봤다. 안절부절 제자릴 서성이고 있는 소라의 표정이 매우 다급해 보였다.     


“쟤?! 왜, 왜 저래?!!”     


소라의 행동에 당황한 금식은 수봉에게 시선을 옮기며 답을 요구했다. 금식과 눈을 맞춘 수봉은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흠.... 저건...”     


그는 괜한 무게를 잡으며 뜸을 들였다.      


“빨리 말해 임마!!”     


금식의 재촉에 수봉이 단호하게 외쳤다.     


“저건 분명! 우리 멍순이 응가 마려울 때 모습과 일치해!!”

“뭐?!!!”     


형언할 수 없는 당혹감이 금식의 몸을 휘감았다. 별 시답지 않은 걸 수봉이 대단하게 말하는 사이 소라의 마려움이 절정에 치달았는지 그녀가 일순, 분주한 행동을 멈췄다.     


“나온다~!!!”     


나른하게 풀려가는 소라의 표정에서 배설을 감지한 수봉이 격렬히 외쳤다. 수봉의 말 때문일까. 금식이 봐도 딱! 그래 보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가랑이가 찢어지게 광폭으로 내달린 금식은 소라의 손목을 낚아채 몰아치듯 부엌을 지나 옷방 옆에 붙은 화장실로 끌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변기에 앉히는 데 성공한 금식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찰나, 또다시 수봉의 격렬한 외침이 그의 고막을 때렸다.     


“팬티는?!!”   


그렇지! 팬티! 금식의 이마에서 굵은 줄기를 그리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리둥절, 변기에 앉은 소라가 물끄러미 금식을 올려다봤다. 오백 원짜리 동전이 들어갈 만큼 팽팽히 확장된 콧구멍에서 열기를 품은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 머릿속이 진공 상태가 된 금식은 소라의 흰색 플리츠스커트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마른침만 연신 삼켰다.     


“나온다니까~!!!”     


뒤이어 화장실에 당도한 수봉이 넋 놓고 있는 금식을 다그쳤다. 상황이 급박하지만 그래도 여잔데. 금식은 흥분된 콧김만 뿜어 댈 뿐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뭘 보고 섰냐! 더 이상 지체하면 감당할 수 없어!”     


맞다! 이대로 있다간 소라가 팬티에 그만! 그거야말로 도저히 감당 못 할 재앙임을 금식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최 이런 식으로 첫사랑의 팬티를 내려야 하는 기구한 상황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할 수 없지. 네가 못 하면 내가 한다.”     


음란마귀가 빙의 돼 눈을 뒤집어 놨는지, 피칠갑한 소라의 얼굴 따위 아랑곳없이 수봉은 콧구멍을 마구 벌름거리며 끼어들었다.     


‘똬악!’ 금식은 수봉의 머리통을 시원하게 휘갈겼다.     


“어딜.”

“아유~! 나 좋자고 이래~!”     


수봉의 표정은 누가 봐도 본인 좋자고 하는 얼굴이었다.     


“꺼져 임마!”     


첫사랑의 팬티를 남에게 맡길 순 없을 터. 금식은 수봉을 밀치고 소라 앞에 결연한 자세로 무릎을 꿇었다.      

‘쓰읍~ 후우~’ 깊은 심호흡과 함께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돌린 금식은 발목까지 내려온 그녀의 스커트 끝단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들춰 올렸다. 소라의 치마 속에 들어선 그의 손가락들이 가파르게 요동치는 심장에 맞춰 파르르 떨렸다. 금식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리 없는 소라는 그저 멀뚱이며 그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때, 숨죽여 방관하던 수봉의 낯빛이 어둡게 변했다.     


“잠깐!”     


수봉의 제지에 그녀의 장딴지를 거쳐 무릎을 향하던 금식의 손이 뜨끔하며 멈췄다.      


“왜... 왜?!”     


질끈 감았던 눈을 떠 수봉을 올려다본 금식은 그의 심각한 표정에서 불안이 엄습해 왔다.     


“또... 뭔데?!”

“쟤... 너무 평온해 보이지 않아? 혹시?!”

“아...”     


수봉의 혹시란 말을 바로 이해한 금식은 황급히 소라를 바라봤다. 수봉의 말대로 그녀의 표정엔 좀 전의 다급해 보였던 절박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설마...”     


금식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이 또다시 굶은 줄기를 그리며 흘러내렸다. 이때, 수봉이 아랫입술을 말아 물곤 의문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킁! 킁!' "그런 것치곤 냄새가 없단 말이야.”     


'킁! 킁!' 덩달아 냄새를 확인한 금식이 그러고 보니 란 수긍의 고갯짓을 하며 수봉을 올려다봤다.     


“다 내려 보면 알겠지. 자! 어서!”     


금식은 수봉의 명령어에 작동하는 기계 마냥 주저 없이 눈을 질끈 감고 팬티를 향해 다시금 천천히 손을 뻗었다. 허벅지를 지나 소라의 골반에 위치한 팬티의 밴드가 그의 손끝에 감지됐다.      


'하아~' 또다시 흥분에 차오른 가쁜 숨이 금식의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소라의 골반을 조이고 있던 팬티의 밴드 양 끝을 사이좋게 나눠 잡은 금식의 손가락이 바들거렸다. 소라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제 내리기만 하면 된다’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팬티를 당겨 내리던 금식은 곧바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직면했다. 변기에 눌러앉은 그녀의 엉덩이가 그 이상은 허락할 수 없다는 듯 단단히 길을 막아섰다. 조금 더 힘을 줘 재차 당겨 보지만 그리 쉽게 길을 내어줄 그녀의 엉덩이가 아니었다.


골반 밑으로 오도 가도 못 하는 난처한 상황. 번뜩! 장면 하나가 머릴 스쳤다. 식탁 위, 물건은 그대로 둔 채 식탁보만 낼롬 빼내는 기막힌 장면 말이다. 금식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어른거렸다. 두 번은 없다. 모든 신경을 팬티를 잡은 손끝에 집중시킨 금식은 두 눈을 더욱 질끈 감고 카운트를 셌다.       


“두울... 세엣... 하나!”      

 ‘확!!’

'아~!'

'꾸울꺼억!!'     


금식의 가열 찬 행동 뒤 곧 이은 혜리의 야릇한 신음, 그리고 그 소리에 훅하고 달아오른 수봉의 걸쭉한 침 삼킴까지, 장단을 맞춘 연쇄작용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라의 팬티가 금단의 엉덩이를 넘어 무릎을 지나 거침없이 장딴지에 다다랐다. 이내 앙증맞은 리본이 달린 흰색 팬티가 그녀의 스커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 수봉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금식은 소라의 가냘픈 발목을 살며시 들어 팬티를 빼냈다. 그리곤 환희찬 표정으로 수봉을 향해 거창하게 펼쳐 보였다. 수봉은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린 세리머니로 격한 기쁨을 함께했다. 함께한 기쁨도 잠시, 팬티를 들고 복권에 당첨된 것 마냥 좋아하는 꼴이라니. 본인들이 생각해도 볼썽사나운지, 서로를 바라보며 급 정색했다.    


“머, 멀쩡하네...”     


부끄러운 낯빛으로 입을 뗀 금식은 펼쳐 들었던 소라의 팬티를 반에 반으로 곱게 접어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이제 됐으니까. 나가봐.”

“응? 나만?!”     


뭔가 토사구팽 당한 심정이 든 수봉은 사납게 눈알을 굴렀다.     


“넌?!”

“난, 뒤처리를 해줘야 될 거 아니야.”

“뭔? 뒤처리?!”

“소라가 일 마치면... 그러니까...”     


답답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금식의 얼굴에 짜증이 차올랐다.      


“또박! 또박! 부위별로 설명을 해 줘야 돼? 알면서 그런다!”

“어? 아. 그렇지. 뒤처리해야지! 아암~! 근데... 말이야...”     


수봉은 눈에 힘을 주고 진중하게 금식을 바라봤다.     


“내가 우리 누나 애들 똥 기저귈 치워 봐서 아는데. 그거... 내 거 하듯 쉽지 않다. 경험자가 있어야 일처리가 깔끔하지 않겠어?”     


수봉의 똥 기저귀 같은 소리에 발끈할 만도 한데 금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수봉이 욕정이 뻗치는데 친구로서 외면할 수 없지.”

“어허~! 이 친구야. 욕정이라니! 우정이지. 진심을 이리도 왜곡하니 섭 하구만!”

“아무렴. 잠깐... 이렇게 좀 돌아서 볼래.”

“응?”     


금식은 자상한 어조로 마주 서 있던 수봉의 어깨를 잡고 화장실 문쪽으로 부드럽게 돌려세웠다. 그리곤 오른발을 접어 그의 엉덩이를 향해 대차게 뻗었다.     


“나가!!!”


'켁!' 각도를 정확히 맞춘 금식의 발길질에 수봉은 외마디 비명을 토해내며 화장실 밖으로 정확히 튕겨 나갔다. 이 모습에 화들짝 놀란 소라가 몸을 바짝 움츠렸다. '꽝!!' 화장실 문을 거세게 닫는 금식의 행동은 소라를 더욱 긴장시켰다.     


“이제... 음... 편하게... 볼일을...”     


금식이 쭈뼛대며 다가오자 위압감을 느낀 소라는 허벅지를 바짝 조이며 눈알만 추켜올려 그를 보았다. 소라를 말없이 훑던 금식은 잔뜩 움츠린 그녀의 몸짓과 표정에서 ‘너 같음 이 상황에서 볼일을 보겠냐!’라고 말하고 있음을 단번에 느꼈다.     


“그, 그렇지. 안 되겠지... 에휴~ 어쩐다...”     


읊조리듯 내뱉는 금식의 자조 섞인 푸념이 들렸는지, 문밖에 있던 수봉이 '똑! 똑!' 노크를 했다.     


[금식아~! 소라 볼일 안 보지~]     


문 넘어 들리는 수봉의 말에 금식의 귀가 쫑긋 섰다.      


[역시~ 대답을 못 하는 걸 보니 내 말이 맞구만.]     


확신에 찬 수봉은 화장실 문에 코가 닿게 얼굴을 바짝 밀착시켜 말을 이었다.     


"우리 집 멍순이 배변교육 시킬 때도 배변판에 갔다 두면 뭐에 쫄았는지 안 싸더라고. 소라가 딱! 그 모습이라 도와주려 한 건데... 날 무슨 색마 취급하고 말이야!"    


수봉이 문에 코를 박고 서서 서운함을 토로하자 문이 빼꼼히 열리며 금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다짜고짜 방법부터 묻는 금식에게 서운한 기색을 싹 지운 수봉은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엉덩이가 정중한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자네의 현 상태를 감안해 방법부터 일러 주도록 하지.”


무슨 대꾸가 필요하랴. 눈을 지그시 감고 진저리를 치던 금식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봉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소라는 사람이니까. 우리 누나가 애들한테 사용했던 매우 과학적이고 성공률 높은 방법을 알려 주지. 자아~ 내 입에서 나는 소리와 표정을 잘 보고 따라 해봐.”     


일관되게 개똥 같은 소리만 지껄이는 수봉이지만, 성공률이 높다는 말에 묘한 신뢰감이 든 금식은 움찔거리는 그의 입과 얼굴에 이목을 집중했다.      


“쉬이~ 쉬이~~ 같이 싼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소리를...”     


‘꽈앙!!’ 무슨 대꾸가 필요하랴. 매몰차게 문을 닫고 돌아선 금식 뒤로 '똑! 똑!'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금식아~ 방법이 좀 거시기해도 한번 해보면....]

“아! 쪼옴! 넌 지금 이게 재밌지?!! 어떻게 된 게 매사가 항상 장난이냐!! 꺼져 임마!!”     


금식의 거한 짜증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던 수봉은 이내 화장실에서 등을 돌렸다. 다시금 감정을 추스른 금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소라의 눈높이에 맞춰 반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음... 소라야. 그러니까.... 음....”     


어찌할 바를 모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당연할 터. 어두운 표정으로 머뭇머뭇 소라를 응시하던 금식은 불현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다시 한번 해볼까?”     


웃음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모든 기억을 잃었다 해도 소라 역시 사람인지라 금식의 환한 웃음에 그녀의 입꼬리가 꿈틀대며 서투른 미소를 일으켰다.     


“어?! 지금 웃은 거지. 그래! 그래!” 소라야 그럼....”     


그녀가 긴장을 풀고 있음을 감지한 금식은 이때다 싶게 깊고 그윽한 목소리로 말했다.      


“쉬이~~ 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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