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책바보 이덕무
찬 구름이 하늘에 가득 차 있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늘게 내리다가 곧 비끼어 날렸는데,
눈송이 날리는 모양이 마치 베틀 위의
씨줄과 같았다.
어여쁜 눈송이가 살에 닿자 은근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런 느낌이 좋아 하늘을
우러러 입을 쫙 벌리고 눈을 받아먹었다.
말라 버린 수숫대가 밭 가운데에 늘어서 있는데,
눈발이 바람을 끼고 사냥하듯 몰아치니 쏴아쏴아
하며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수숫대의 빨간 껍질이 거꾸로 쓰러져 이리저리
끌리자 눈 위에 저절로 초서로 글씨가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