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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것만 하다 죽을 순 없잖아요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by 달숲


퇴사를 고민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Top 2


1위, 사람들 다 그렇게 살아.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겠니?

2위, 그래서 그만두고 뭐할 건데?


나를 걱정해서 해준 말이란 걸 알지만, 그렇다고 그 말이 와 닿거나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잠자고 있던 내면의 의구심과 반항심을 깨웠다고 해야 할까. 사실 퇴사 후의 완벽한 청사진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야 하는 건가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 정말 사람들 다 그렇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다들 치열하게 사는데 괜히 나 혼자 고슴도치처럼 삐죽거리며 유난 떠는 건가 싶어 착잡하기도 했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 '그래, 살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 더 늦기 전에 한 번 도전해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면 쉬면서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다들 여유가 없었던 거겠지. 어쩌면 그들도 다른 누군가에게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조언을 듣고 하루하루 살아온 것일 수도.


어찌 되었건 경쟁이 심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행여 내가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되어 걱정의 말을 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말이 사랑과 우정의 표현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뒷맛이 씁쓸한 건 왜일까.


우리 어쩌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순간을 소멸시키는 것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삶은 고통의 연속, 그뿐인 걸까. 이렇게 정어리떼처럼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흘러가다 보면 그 끝에 우리가 원하는 무언가가 짜잔! 하고 나타날까. 사람이 미어터질 것 같은 9호선 출근길 사람들 틈에 끼여있는 채로 출근할 때마다 숨이 막혔다.


그래도,

그럼에도.


다들 그렇게 사니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나가야 하는 걸까?


내 삶이 이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걸까?

후회 안 할 거니?


내면의 목소리가 심란하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납득을 하지 못하는 아이 었다. 어쩌면 이해력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생일 때 나의 질문은 굉장히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에 머물렀다. 가령 '1 더하기 1은 왜 2인가요?' 이런 것들. 모두에게 너무나 쉽고 기본적인 것들이 나에게는 복잡한 암호처럼 다가왔다. 어떤 것도 진정으로 깨닫기 전까지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불편했다. 기초 원리를 빠르게 습득하고 응용문제를 풀어야 하는 교육과정에 잘 섞여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았다.


입사를 한 이후에도 질문은 계속되었다.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꼭 질문하고 넘어갔다.


사수에게 '이 업무는 어떻게 하는 거죠? 앞으로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 돌아오는 반응은 '지금까지 이렇게 했으니까 그냥 그렇게 하세요'였다. 별 특이한 사람 다 보겠네하는 사수의 표정은 덤. 효율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나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어요'와
'다들 그렇게 해요'가 중요한 걸까.

무식하고 단순한 구석이 있는 나는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 나아가기로 했다.


'책에 그렇게 쓰여있었어요' 혹은 '다들 그렇게 살던데요?'라는 말로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순 없지만 하기 싫은 것만 하다 죽을 순 없으니까.


9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8시간, 한 달 20일 업무일을 기준으로 160시간, 1년 총 1,920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야 한다. 그 시간을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며 살기에는 내 소중한 삶이 너무도 아깝다. 답정너일지도 모르는 퇴사 결심을 했다.


하고 싶는 걸 모르겠다면
하기 싫은 것부터 버려나가자



그렇게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하나씩 지워 나가다 보면 하고 싶은걸 발견하지 않을까. 이 비효율 적인 방법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누군가에겐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첫 직장에서 만날 수도 있고, 심지가 굳은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둘 다 해당되지 않았던 나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기 위해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소거해나가며 지금 이 순간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어찌 살고 있는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만나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만, 매 순간 즐겁지만은 않다. 똑같이 어려움이 있고 권태가 존재한다. 그러나 장애물을 만났을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 일이 나 스스로와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 신념이 어려움을 만나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프리랜서 형식의 일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없이 자율적으로 일한다. 즉,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할 때도, 밤 10시에 일을 끝마칠 때도 있다.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예전처럼 입이 튀어나온 채로 출퇴근하냐고요?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내 일의 주인이 되어 1부터 100까지 책임감을 갖고 하나하나 수행해나간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세요.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고요?
괜찮아요.

우리 모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처음부터 아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 당신은 그것을 찾아가는
멋진 여정 중에 있답니다.

만일 지금 하는 일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갈 순 없지만
하기 싫은 것만 하다 죽을 순 없잖아요.


혹시 당신의 주변에
'사람들 다 그렇게 사니 너도 유난 떨지 말고 그렇게 살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냥
그렇게 살아가게 내버려 두세요.

다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삶을 택하며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당신은 당신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세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영혼이 흐르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노력하지 않아도
충만함이 차오르는 삶 속으로 들어갈 거예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 그대로 살아도 된답니다.

한바탕 실패하고 실컷 운 다음에는
해맑은 미소로 활짝 웃게 될 것이에요.


그리고 참 나답게 잘 살았다고
삶을 돌아보게 되겠죠.

그게 내가 바라는 마지막 모습입니다.

글/캘리그라피 * 엄혜령의 캘리그라피

사진 * Unsplash (@Jeremy Bi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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