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숲 Sep 19. 2023

잠깐만, 근데 결혼 왜 하고 싶은데?

알고 보니 사랑이 하고 싶은 거였구먼


나에게 결혼이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딱 그런 마음가짐이었다. 절대로 혼기 찼다고 사랑인지도 뭔지도 모를 남자한테 얼렁뚱땅 시집가지 말아야지. 20대부터 줄곧 했던 다짐이다.


그랬던 내가, 결혼 앞에서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꼿꼿했던 내가!


30대 중반이 되니 조급해진다. 좋게 말하면 혼기가 찬 것이고 까놓고 말하자면 무언갈 느낀 거겠지.


30대 미혼 여성으로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얘, 괜찮은 남자는 이미 다 누가 채갔어.’이지 않을까.


아니 그럼 나는 괜찮지 않은 남자를 만나서 한평생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100세 시대에 이 무슨 악담입니까?! 내가 뒤늦게 좌절을 하든지 말든지 세상은 크게 관심이 없다. 두 눈엔 어딜 가나 깨가 쏟아지는 커플이 보일 뿐. 길거리에서 싸우는 커플조차 예뻐 보인다.



그래 너희들은 하고 있구나, 사랑.



여기서 확실히 해 둘 것이 하나 있다. ‘결혼=사랑’의 공식이 늘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혹자는 결혼은 ‘현실’이라며, 사랑이 없더라도 그 외 부분이 두루두루 잘 맞는 사람이라면 적당히 타협하고 결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암요, 그럴 수 있죠. 근데 제가 아직 정신을 덜 차린 건지 아님 아직 그렇게 급하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랑 없는 결혼은 정말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데요...?




성실한 남자? 아유, 좋죠. 돈 잘 벌어오는 남자?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함께 있을 때 이 사람의 진실한 온기가 느껴지는가, 함께 인생의 고락을 두 손 꼭 잡고 잘 나아갈 수 있는가. 뭐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요. 그 마음이란 게 본디 사랑이 바탕이 될 테고 말입니다.


뭐 하기야, 살다 보면 그놈이 그놈이고 사타령 하다가 쪽박 찬다라는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연애와 결혼의 시작은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우정으로 트랜스포밍(?) 될지언정.


이렇게 사랑 사랑 나불거리지만 정작 연애에 있어서는 극도로 소극적이었으니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가 나란 사람은. 당사자인 나조차도 모르겠다. 어쩌면 부모님처럼 나를 무한대로 사랑해 줄 남자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 원 참. 사랑을 줄 생각은 않고 받을 생각만을 하다니. 이 처자 안될 처자네!



노 리스크 노 리턴.



만고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남성을 만나려면 먼저 내 안에 풍성하게 담겨 있는 사랑을 먼저 줄 줄도 알아야지.


그런데 말입니다-

괜찮은 남자는
정말 다 유부남이 되어 버린 걸까요?


그렇다면 아직까지 싱글인 나 역시 괜찮지 않은 사람의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는 건가? 흠... 주변에 있는 미혼 친구들을 생각해 보니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은 멋진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결혼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조용히 뒤따르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제는 제 뜨거운 사랑을 받아줄 남성을 한 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떠거운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