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로그] 퇴사 후 마음 들여다보기

#캘리에세이

by 달숲

별 수 없이 또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 자발적 퇴사. 이쯤되면 원인을 밖이 아닌 안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의구심은 기똥차게 자기파괴를 이행한다.


잡념은 드센 잡초처럼 늘 빠르게 세력을 확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생각을 정돈한다.


나는 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이리저리 갈팡질팡한 사람일걸까. 우리 모두 공평하게 갖고 태어난 것이 있다면 하나는 죽음이고, 둘째는 바위를 하염없이 굴려야만 했던 시시포스의 번뇌일 것이다.


퇴사의 이유는 사랑의 부족,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의 부재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노동자를 고갈시키는 현실을 나의 일상으로 겸허히 받아들일 마음이 나에게는 없었고, 상황을 극복할 정도의 애정은 더욱이나 없었다. 당시의 나는 완전히 유머를 잃었었고 그러한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아침, 불현듯 더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은 확신으로. 이 회사와는 이 즈음에서 헤어져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를 소중히 하지 않는 곳에서 나 또한 진심을 다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관계를 끊을 수 있다. 누군가는 늘 자신이 관계의 우위에 있다고들 착각하지만, 사실상 관계를 신속히 종결할 수 있는 사람은 되려 조용히 단검을 갈고 있는 상대방일 수 있다.


나는 아마 한바탕 힘겹고 좌절하고 또 다시 일어나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행복해졌다고 외치는 그 찰나에 새로운 어려움을 맞이할 것이다. 모든 성장은 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간직한 채로 다가오므로 즐겁기 만한 도전은 없고, 그리하여 나쁘기 만한 경험 또한 없다.


다시 새로운 길을 떠날 것이다. 그 여정에서 나의 걸음은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결정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내가 퍽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 똑같은 상황에 놓여지더라도, 나는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글/캘리그라피 * 어메

사진출처 * Pics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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