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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 Nov 06. 2024

별게 다 뉴스거리가 되는 나라, 호주?

최근 호주는 하도 재미없는 나라라서 별게 다 뉴스거리가 된다는 류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와 함께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뉴스들을 아래에 가져와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ZwylQwjFhE

https://www.youtube.com/watch?v=yvtWswhO3Hk


각각 2018년도와 2020년도에 방송되었던 사연이니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상어가 나타났다는 소식이나 호주의 까치라고 할 수 있는 맥파이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뉴스 등인데 이보다 더 호주스러울 수가 없다. (참고로 맥파이에 의한 공격 사례는 정말 매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swooping season일 때는 조심해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보도할 만한 뉴스가 없는 나라라 이런 일들이 보도되는 걸까?라고 생각할 법도 하여 강력범죄 통계를 찾아보았다.


<출처: https://www.abs.gov.au/statistics/people/crime-and-justice/recorded-crime-victims/2023>


2023년 호주 통계에 따르면 살인 등의 강력범죄는 10만 명 중 1.5명 정도의 발생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만 보니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영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통계를 살펴보기로 했다.


<출처: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62>


가장 최근인 2022년 통계를 보면 10만 명 중 1.4명 정도의 발생률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호주보다 낮다. "따분한 천국"으로 불리는 호주보다 한국이 살인 등의 강력범죄 발생률이 낮은 것이다.

사실 이 통계를 보고 나도 적잖이 놀랐다. 호주가 조금 더 낮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안전함의 정도는 사실 호주가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통계와 반대되게 느끼는 것일까?


<출처: https://www.oecdbetterlifeindex.org/topics/safety/ 좌: 한국 우: 호주>


이걸 설명하기 위해 OECD에서 발표한 자료를 가지고 왔는데,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Feeling safe walking alone at night" 항목이다. 밤에 혼자 걸을 때 얼마나 안전하게 느끼느냐에 대한 조사인데 한국이 호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호주는 OECD 기준으로는 하위권에 해당한다. 이 부분을 주목하여 보는 이유는 내가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호주의 밤거리가 안전하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호주는 한국에 비해 일몰시간이 빠른 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해가 지고 나면 사람들이 밖을 잘 다니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밖을 "걸어"다니지 않는다. 어딜 가더라도 무조건 자신의 차를 타고 다니거나 우버를 부른다. 자신의 차를 이용한 경우는 대부분 목적지 안에 위치한 주차장에 주차하여 걷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우버를 타는 경우는 목적지 바로 앞에서 내린다.

그럼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어떨까? 이 역시 쉽지 않다. 대중교통이 너무 잘 되어있고 밤늦게까지도 운행하는 한국에 비해 호주의 대중교통 운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도 하고, 또 아파트 단지와 같이 주거지역이 몰려있는 한국과는 달리 호주의 하우스들은 비교적 넓은 곳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어둠이 내린 후 '역에서부터 내려서 걸어간다'를 하려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칠흑 같은 밤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밤길에는 개구리, 뱀, 포썸, 도마뱀, 거미, 나방 등 각종 생명체들이 출몰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걷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우범지대로 분류되는 곳을 일반 시민들이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신기한 점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가 오히려 우범지대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브리즈번의 경우 클럽이나 바가 모여있는 Fortitude Valley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 회사에서 회식으로 Fortitude Valley에 위치한 어느 식당을 간 적이 있는데, 코가 삐뚤어지게 마신 호주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우버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바로 근처에 트레인 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알아서 조심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호주가 안전한 나라라고 느낀다. 그래서 가끔 충격적인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 공분에 온 나라가 들썩이기도 한다.


그럼 저 강력범죄 비율은 누가 다 채우고 있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두 가지 정도의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저 숫자들 중 대다수가 조직범죄, 소위 말해 갱단 등과 연루되어 발생하는 범죄일 거라는 가설이고, 두 번째는 어지간한 강력범죄가 아니고서는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이다. 둘 다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찾지 않았으므로 그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안전하지 않은 지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을 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나 역시도 내 좁고 소박한 삶의 범위가 제법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은데 안전해! 같은 웃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분한 천국, 지루한 천국이라 불리는 호주도 통계가 보여주듯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스스로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사회에 가깝다. 동시에 별게 다 뉴스거리가 되는 사회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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