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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츠 Daltz Oct 25. 2024

드디어 무명가수가 되었습니다.

불안의 근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전하며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을 때 그 직업은 아마도 '가수'에 가장 가까우리라 생각다. 막상 꿈을 이룬 지금 스스로 '가수'라고 부르기 다소 쩍어 까닭을 전편에서 밝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맡고 있는 여러 가지 역할 중 불특정다수에게의 출도가 가장 높은 라면 역시 '가수'이겠다.


그러니까 나는, 꿈을 이룬 거다. 게다가 불가능해 보였던 디테일까지도 상상했던 그대로 이루어졌다. 사람들이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중에마음껏 공연을 하며 지내는 '소시민적인 무명가수'라는 직업이 가능한 거였다니.


그런 명가수로서는 황송하게도, 나는 매 공연을 마칠 때마다 분에 넘치는 박수와 환호를 받 있다. 몇 번을 겪어도 감동이 사그라들지 않는 그 순간 속에서 나는 생각다. 약 이십 년을 넘겨온 짝사랑이 마침내 끝난 것 같다고. 무대를 향한, 어쩌면 세상을 향한 짝사랑이 말이다.






감동에 취해있던 나에겐  새로운 불안이 밀려. 토록 비현실적 황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되려나 싶어 거다. 어쩌면 당장 내년부터도 공연회차가 줄어들지  일이. 연간 회 이상 공연을 하 된  이제 겨우 . 삶 전체를 놓고 본다결코 긴 시간이라고 할  다. 이렇게 좋은 순간이 그렇게 짧게 끝나버리면 어쩌지. 지금의 행복을 몰랐다면 모를까, 받았다가 뺏긴다면 허탈해질 것 같았다.


 런 일이 벌어진 후에는 그 어떤 사회생활도 경제활동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까 봐 두려웠다. 마침 나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가 죽게 지도 모른다는 상을 꽤 자주 하며 살아 참이. 그렇게 판단할만한 근거 너무 많았으니까.


어린 시절 사회성의 발달이 매우 늦었고, 그로 인해 왕따를 당하면서는 회성이 더욱 떨지며 성인이 되어서 범한 사회생활 지 못했. 식적으로 어떤 조직의 구성원이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워, 생계유지를 위해 사람을 최소한으로 접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골라서 다. 나중에는 조차도 부담스러워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온라인 기반의 자영업을 . 지금 돌아보면 그 먹고살아진 것 참 신기한 일이다. 시 해낼 자신은 없다.


렇게 살아오는 와중에 음악과 이야기는 나를 위로해 주는 것 이상으로,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했다. 나는 불투명한 미래를 외면하며 근근이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을 하는 사람로 살아갈 수가 있었다. 버텨내기 버거운 이 세상 속에서가 아니라,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내가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세상과 공유하는 기쁨까지를 알게 된 지금, 예전과 같은 감상이나 창작만으로도 과연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혹시나 허무한 마음에  좋아했던 것들을 쳐다 싫어지면 어쩌지.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 마음 기댈 곳까지 없어지는 상황 이제까지 겪어본 적 없는 최악일 거였다.


그런 걱정들은 내가 현재의 행복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또 습을 하거나 일을 는 데 써야 할 시간과 집중력을 갉아먹기도 했다.  러다가는 나의 걱정이 정말로 현실을 잡아먹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제공해 주는 예술인 심리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건강한 멘로 지금 하는 일을 최대한 오래 지속할 수 있록.


그러나 담을 통해서 가 배운 것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나는 오히려 지금 하는 일이 언제든 끝나버릴 수 있다는 현실을 좀 더 의연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예술가들의 전성기는 언젠가는 끝이 나는 법이. 나라고 예외일 순 없다. 그렇지만 이런 기적과도 같은 전성기가 있었다는 것을 나는 평생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매우 소소하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 무대들에 ,  얼마나 만끽하였는지. 그 순간들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이번 생은 차고 넘치게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였던 것을.






언젠가명히 지금만큼의 무대가 주어지지 않는 날  것이다. 어쩌면 공연 관련 일은 계속하되, '가수'의 역할은 점차 내려놓아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한 날들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해도, 그 속에서 성장한 내 모습은 그대로일 거다. 그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노력해 나갈 수 있을 만큼 성장, 부지런히 이뤄둬야겠다.


반대로, 동안 금은 더 유명가수로 살아가 하는 시기가 생긴다 해도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 노력을 해볼 수 있을 것 다. 유명가수가 되고 싶어 졌다는 건 아니다. 상상을 해보면 여전히 두렵다. 미래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면 나는 꼭 지금만큼의 공연회차가 유지되는 무명가수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공연도, 밴드도, 이제 더 이상나만의 것이 아니어서 내 마음대로 흘러갈 수만은 없다는 걸 잘 안다. 함께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우리의 공연을 보고 들어주었던 수많은 사람들과도, 또 이 세상의 흐름과도, 생생한 상호작용을 나누며 나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큰 행복을 누리게 된 만큼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커지더라도 그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쪽이라도 괜찮다. 세상이 나에게 어떤 일을 새롭게 맡기거나 그만두게 할 때는, 또 그것을 마땅히 감당할 수 있을만한 그릇으로 나성장시켜 리라 믿는다.




* 사진 제공 : 인천아트플랫폼 스트릿 아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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