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중부의 시골과 산악지대를 걸어서 이동하는 7일간의 위클로웨이는 숙식 여건이 좋지 않은 편이나, 길 자체가 아주 까다롭다고 볼 수는 없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도보여행 초보자도 이렇게 완주할 정도니, 그걸로 이미 충분한 증명이 된 셈이다. 수도 더블린까지 갔다면 준비는 이미 다 끝났다. 시작점인 말레이공원은 시내버스를 타고 편하게 가면 된다. 버스 이동이나 숙소의 위치, 주요 거점 등은 모두 구글 지도를 활용해서 확인했다. 국내에는 이 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신 위클로웨이 홈페이지(https://www.wicklowway.com)에서 나름 상세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가 있다.
위클로웨이의 친절한 안내자, 옐로우맨을 잘 따라가자. 이 정도면 적재적소에 표지 설치를 잘해놓은 편이다. 웬만해선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헷갈리는 길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표지를 놓치는 일이 왕왕 생길 뿐더러, 상황에 따라서는 표지가 훼손되거나 화살표가 잘못된 방향으로 돌아간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 많다. 그렇기에 위성 GPS 수신이 가능한 지도 어플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엔 Alltrails라는 어플의 유료버전을 이용했다. 1년 구독에 3만 원이 조금 넘는다. 미리 지도를 다운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도 트레일 상의 본인 위치를 시시각각 확인을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트레일 지도가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위클로웨이 다음으로 걸었던 CTC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했다. 이외에도 트레일 GPS 어플의 종류는 많으니 직접 비교해 보고 본인에게 맞는 걸로 사용하면 되겠다. 솔직히 말하건대, 걷는 길 위에서만큼은 구글 지도가 별 도움이 안 됐다.
겨울보다는 여름이다. 늦봄에서 초가을까지가 걷기에 가장 낫다. 그게 5~9월쯤이 된다. 8월 말~9월 초에는 헤더꽃이 만발한다. 겨울은 춥고 습한 데다 바람도 많이 분다. 강풍에 더한 눈보라와 비바람이라니, 생각만 해도 걷는 게 힘겹다. 추측건대 그 시기엔 문을 연 숙소가 몇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여름에 걷는 게 신상에 좋다. 아일랜드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계절과 무관하다. 언제가 됐건 비와 바람에 대한 복장 대비가 필요하다. 8월 말이었는데도 추운 경우가 많았다. 비는 말할 것도 없다. 각오하자. 생각보다 이 길의 전구간을 한 번에 걷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때가 성수기라는데, 걷는 동안 딱 1명밖에 못 만났다. 외진 곳도 많으니 안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호루라기까지 챙겨갔었더랬다. 어찌 됐건 만약의 사태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소화제, 지사제, 타이레놀, 상처연고 등등 의료품도 필수다. 특히 진통제와 안티푸라민은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다. 물론 본인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정답은 없다.
가장 큰 문제가 숙소였다. 비박이 가능한 트래커들은 괜찮겠지만, 나 같은 도보여행 초보자들에겐 더 그렇다. 아고다나 부킹닷컴, 에어비앤비 등에서의 숙소 검색이 거의 안된다고 보면 된다. 대신 위클로웨이 홈페이지의 숙소 탭에서 지역에 따른 숙소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마뜩잖을 땐 구글 지도에서 길의 위치에 따른 숙소를 일일이 검색해 봐도 된다. 다만 구글 지도에서만 확인이 가능한 숙소의 경우 전화번호만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7일이 기본 코스라고 하지만 본인의 체력이나 숙박 여건에 따라 더 빠르거나 느리게 걸어도 무방하다. 일정에 맞춰 숙소를 정해도 되지만, 반대로 숙소에 맞춰 길의 일정을 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더 부지런하다면 정보를 잘 조합해 위클로웨이와 연계된 또 다른 트레킹 길을 중간중간 섞어도 괜찮을 듯하다. 길 위에 위치한 호스텔은 딱 두 군데가 있다.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스텔이 한 군데 더 있긴 하다. 갑자기 전날 취소 메일을 보내왔던 바로 그 호스텔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싼 B&B 등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길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숙소가 위치해 있는 경우도 많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픽업 요청이 필요하다. 대체로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직접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가장 좋은 위치의 숙소는 매진되기 십상이니, 최소 2달 전에는 숙박 준비를 마치는 게 좋다.
*아일랜드 호스텔 예약 사이트 : https://www.anoige.ie/
*위클로웨이 홈페이지 숙소 리스트 : https://www.wicklowway.com/accommodation/index.php
먹는 것도 문제다. 웬만해선 비상식량을 여유롭게 챙겨가는 게 좋다. 길에서 슈퍼나 식당을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중간중간 B&B에서 인근마을로 데려다줘 운 좋게 저녁식사와 장보기가 가능했다. B&B가 bed and breakfast의 약자인 만큼, 유로든 무료든 간에 대체로 조식 정도는 제공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숙소를 잡을 때 미리 확인은 꼭 하자. 보통 주방 이용이 불가능한 B&B와 달리 호스텔에서는 직접 조리가 가능하다. 그러니 더블린의 한인 마트에서 들러(아니면 한국에서부터) 라면을 준비해 가길 추천한다. 식수는 주방 싱크대의 물을 받아 이용했다. 호스트에게 물어보면 다들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안내한다. 내내 수돗물을 먹었는데 별 탈은 없었다. 생수 살 곳이 마땅치 않으니 다른 방도도 없다. 하지만 게 중엔 마시면 안 되는 물도 있다고 하니 무턱대지 말고 꼭 물어보길 바란다. 준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개인용으로 저장해 둔 위클로웨이 구글 지도를 아래에 공유한다. 묵었던 숙소나 먹었던 식당 혹은 준비과정에서 체크해 둔 몇몇 장소 등을 간소히 표시해 둔 자료다. 아, 참! 6일째 만나게 되는 펍 다잉카우를 잊지 말자. 웬만하면 이곳에서 기네스 생맥주 한 잔 정도는 꼭 마시길. 오랜 역사를 품은 공간도 멋들어진 데다, 꿀맛도 그런 꿀맛이 따로 없다.
*개인용 구글 지도 공유: https://maps.app.goo.gl/6YWQy9Y23ZxmUkWW6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산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으니, 감을 잡을 정도로만 짚고 넘어가려 한다. 호스텔 숙박비는 35유로 정도이며, 가지각색인 B&B의 경우 싱글룸 기준 50~60유로(조식 포함) 정도라 보면 된다. 참고로 2박 3일 위클로웨이 패키지를 운영했던 Teach Naoimh Antoin B&B는 2번의 조식과 석식, 1번의 점심 도시락, 3일 동안의 픽업·드랍 서비스를 다 합쳐 150유로였다. 샤워실이 딸린 싱글방을 내어준 일반 가정의 2층집이었다. 빵이나 시리얼 등이 간소하게 나오는 호스텔의 조식이 9유로 정도, B&B의 점심 도시락이 10~15유로 정도 한다.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면 대략 25~30유로쯤이다. 기네스 생맥주 한 잔에 5~6유로. 부득이하게 이용했던 콜택시는 차로 15분 거리를 이동하는데 30유로였다. 위클로웨이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기에 필요하다면 택시를 이용해야 된다. 홈페이지 상에는 미니버스 서비스가 있다고 설명되어 있지만, 아무리 연락해 봐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대중교통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차라리 낫다. 혹시 이용했던 택시 기사 전화번호가 궁금하다면 메일로 요청해 주시길. 누가 유럽 아니랄까 봐 걷는데 돈이 꽤 든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인생 첫 해외 트레일이 위클로웨이가 됐다. 처음부터 여길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영국의 CTC를 계획하다 산티아고순례길까지 고민하게 됐고, 이왕이면 하는 마음에 영국과 가장 가까운 트레일인 아일랜드 위클로웨이까지 끼워 넣게 된 거였다. "언제 또 유럽엘 와보겠어"가 점점 일을 키운 기본값이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 됐다. 7일간의 트레일은 아주 괜찮은 워밍업이 됐다. 해외 트레일에 대한 약간의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부족한 준비에도 큰 탈 없이 완주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무릎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지만, 여러 커뮤니티의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무겁고 긴 걸음이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 판단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괜찮아질 거라 믿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비가 자주 온 날씨라 아쉽긴 했다. 벌목 중인 임도가 많아 풍경 또한 꽤 지루한 편이었다. 굳이 선택을 해보자면 위클로웨이 중에서는 1코스와 2코스의 풍경이 가장 좋았다. 위클로웨이 정보의 불모지와도 같은 한국에서 이 기록이 조금이라도 유의미하게 남길 바란다. 어쨌든 잘 걷고 왔다. 또 어디론가 걸어가겠지, 뭐.
일단은 bye,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