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 퇴사가 답일까?’
경력의 위기
워킹맘의 위기는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20대 중반 회사생활을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일하지 않는 내 모습을 생각해본 적 없다. 물론 그만두고 싶을 때도 가끔 있었다. 사람 스트레스, 일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서 ‘에잇. 그만둬버릴까 보다’ 했던 적은 있다. 그래도 술 한 잔과 함께 털어버리고 다시 출근하면 이 정도 스트레스 없는 직장인은 없다며 스스로 다독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글 쓰는 게 좋아 선택한 직업이었다. 그걸 포기할 정도의 시련은 아니었던 거다.
육아 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지 1년 만에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했다. 복직을 앞두고 아이는 진작 어린이집에 적응했지만, 하루 24시간 중 12시간을 보육기관에 머물러야 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당직 선생님과 함께 출근해 마지막까지 남아 어린이집 문을 닫고 하원 했다. 출근 준비를 하느라 아침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고, 전날 미리 만들어둔 죽을 데워 가방에 넣어두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단 1분 늦게 나갔을 뿐인데, 하원 시간은 10분 이상 늦어졌다. 덩달아 선생님의 퇴근 시간도 늦어졌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는 날이면 아이는 울고 있었다. 그런 저녁, 아이를 재우고 나도 울었다. 이런 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자신 없었다.
마음을 졸이는 날이 계속되자, 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해낼 수가 없었다. 뭘 얼마나 벌겠다고, 엄마 품에 파고드는 녀석을 떼어내고 무엇을 하는 건지 자책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이도 나도 힘들기만 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에는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낮잠 시간을 기다려 아이가 잘 자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에 어린이집 전화번호가 뜨면 가슴이 내려앉았다. 웬만한 일로는 전화를 걸지 않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두세 번 진동이 울린 후 전화를 받으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고, 병원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마감이 코앞이었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뛰어나갔다. 그런 날은 밤늦게까지 못다 한 일을 붙들고 씨름했다. 이때만큼은 꿈을 이루기 위해 했던 노력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만도 기적처럼 느껴졌다.
워킹맘이 경험하는 경력의 위기는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워킹맘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설문에 참여한 워킹맘 2000명 가운데 95%가 “퇴사를 고민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사를 고민한 주된 이유는 자녀가 아프거나 돌봄이 어려울 때와 같은 ‘자녀 관련 이슈’였다. 일하기 벅찬 상황에서도 응답자의 75%는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업주부 대신 일을 선택한 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자아발전을 위해’ 일을 한다는 워킹맘은 7.6%에 불과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워킹맘은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