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수저
작은 가방 안 얇은 지갑
엄마를 따라 동대문에
자박자박 걸어간 10월의 어느 날.
수저 한벌은 꼭 있어야 한다고
작은 가방을 팔락이며
둘러보는 엄마 옆,
이리 저리 뒤적이다
고개 빼꼼 들어 한말,
제일 싼거 얼마에요
응 이만원, 그런데
혼수인데 잘해가지
옆은 삼만원이야
좋은 거 하라며 나를 꾹 찌르는
엄마 옆구리 작은 가방
끄트머리는 헤어져 늘어졌는데
쇠가 튼튼하고 좋아,
꽃모양은 촌스럽잖어
내가 무슨 기미상궁이야
은수저는 무슨
이만원을 팔랑 내고
괜찮아 괜찮아
돌아오는 길
엄마는 유독 말이 없는데
쇠수저를 광내 닦으며
이미 십년째 되뇌이는 말
비싼 수저 아니어도
잘만 살지
잘만 사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