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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Jul 28. 2024

대화가 필요해

말하는 것과 대화하는 것은 다르다. 

또 왜 그러는데 뭐가 못마땅한데
할 말 있으면 터 놓고 말해봐

너 많이 변했어 (내가 뭘 어쨌는데)
첨엔 안 그랬는데 (첨에 어땠었는데)
요새는 내가 하는 말투랑 화장과 머리 옷 입는 것까지
다 짜증 나나봐 (그건 니 생각이야)

.

.

대화가 필요해 (이럴 바엔 우리 헤어져)
내가 너를 너무 몰랐어 (그런 말로 넘어가지 마)
항상 내 곁에 있어서 너의 소중함과 고마움까지도
다 잊고 살았어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 (너를 너무 사랑해)
대화가 필요해


- "대화가 필요해" 중, 더 자두 [2002]


자두와 강두가 달짝지근하고 상큼하게 불렀던 "대화가 필요해"를 중학교 때 들었을 때 흥얼흥얼 따라 불렀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남자친구 한번 사귀어 보지 못한 15살의 나는 깊이 이해는 못했었다. 

우리 부부는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한다. 함께 일을 하는 사이이기도 하거니와, 남편은 말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많은 것을 나누고 내게 쏟아내곤 한다.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고민도, 슬픔도, 기쁨도, 모든 것을 나누려 하는 사람이 이 사람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속을 드러낼 때가 많은 사람이라서 이해가 전혀 안 될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며 8년 때 동고동락 중이다. 


반면에 나는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보통 그렇진 않다.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가서 책을 보며 상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다. 내 속 이야기를 할 때, 이 속이야기가 약점으로 나에게 다시 돌아와 나를 찌르는 것은 아닐까, 하며 두려워하고 겁을 내는 사람이다. 나와 친하게 지내던 많은 친구들은 너의 속을 알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나를 좋아해 주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의 비밀이나 속이야기들이 나의 단점이라고 지레 짐작하여 많은 부분을 나누지 못한 것 같다. 


결혼해서도 나의 비밀스러운 성격은 남편에게 의아함을 선물했다(!) 

엄마 아빠의 이혼도 사귄 지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꺼냈고, 이 외의 가족사도 결혼해서 알려준 게 대부분이었다. 남편은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라고 했고, '나는 그걸 알아서 뭐 하게', 라며 방어를 했다. 지금은 결혼생활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남편은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남자사람이다. 


그렇지만... 


그와 나 사이의 대화는 때때로 어려움에 부딪치곤 했다. 우린 서로의 다른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남편은 내 생각이 그와 다를 때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인의 생각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것은 점점 더 나를 힘들게 했고, 결국 언쟁을 피하기 위해 어떤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 둘 다 30대 중반에 들어가면서 드디어(!) 변화는 일어났다. 


대화라는 것은 두 사람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보듬어주겠다고 결심할 때에 오가는 것이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 그래도 A가 B에게 무슨 말을 "전달"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많은 대화는 눈물 속에 이어졌고, 그는 나를, 나는 그를, 보듬어 주는 날이 늘어갔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에 아이들이 자는 시간을 노리고, 종종 와인 한잔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를 한다. 대화가 없는 부부는 껍데기만 있는 과일 같은 것이다. 


대화다운 대화를 이어나갈 사람을 찾기가 녹록지 않은 지금.

빡빡하고 외로운 이민생활을, 우리는 알맹이 있는 대화를 주축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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