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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쿠스 Oct 25. 2024

사막, 셀렌타르 (1)

눈을 뜨니 칠흙같은 어둠뿐이었다.

“으음… 아…”

아득한 어둠 속에서 띵해진 머리를 들기 위해 작고 갸름한 얼굴을 움직이자, 까실까실하고 찬 모래 위에 살짝 갈린다.


이윽고 땅에 팔을 짚어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느슨하게 묶인 칠흑 같이 검고 긴 머리가 어깨를 따라 허리아래로 넘실댄다.  


- 여긴 어디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어둠뿐인 곳에 홀로 남은 나는 차마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멀뚱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현실 적이다.


나는 분명히 투어중이었고, 일몰을 보러 차에서 잠깐 내린 것 뿐인데 돌아보니 갑자기 밀물처럼 어둠이 밀어닥쳤다.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 아무것도 안보인다.  


검은 하늘은 언제 밤이 온건지도 모르게 아늑하고 검푸르게 온 세계를 감싸안고 있는 듯 하다.  


 마지막에 들은 투어가이드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귓전을 맴돈다.


“... ‘스콜피온[전갈] 의 전설’ 을 아시나요? 아리조나의 사막 지역에 살던 안타리아 부족에서 전해내려오는 전설로, 사막의 태양이 막 지고 난 뒤 별들이 뜨기 시작하는 “그 순간”, 스콜피온이 하늘에서 이 땅으로 내려온다고 믿었답니다. 이 스콜피온은 인간과 동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졌는데요, 전설에 의하면, 스코피온을 만난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찾거나,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되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어디에 부딪친 것인지 웅웅대는 머리와 귓가를 한손으로 받친뒤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꿈이기를…


얼른 깨어나서 지금 묶고 있는 인Inn 의 푹신한 침대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다시 까무러쳤다.


.

.

.


"정신이 드는 것이냐."


어둠 보다도 가까이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차분하고 깊었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눈을 뜬지 얼마 안되어 맞닥뜨린 이 어둠이 익숙하지 않아 아직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인 그의 엄지와 검지가 내 턱을 살짝 들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천천히 주위를 둘러봐도 끝이 없는 어둠과 내 앞의 남자 뿐이다.


이 곳에 홀로 남은 나는 차마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제야 눈 앞이 아주 천천히 밝아지며 하늘 위에 수억개는 족히 넘는 아름다운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얼굴또한 점점 또렷해진다.


"여긴 어디죠?"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건지, 목이 타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는 불의 산 '카르노스'와 바다의 산 '오세안트리스' 사이의 사막, '셀렌타르'다. 이제 내가 묻겠다.

너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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