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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Jun 16. 2021

쌍둥이라서 사십 년째 듣는 질문에 대한 고찰

한 사람으로 존중받는다는 것


“혹시 두 분 쌍둥이세요?”


빵을 골라 커피를 주문하고 돌아서는데 사장님이 묻는다.


뭐라고 할지 잠시 망설이다 “아~네.” 하고 대답한다.


“그렇죠? 우리 직원들이 두 분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길래요.”


옆에 서있던 쌍둥이 언니가 어색한 미소를 띠며 말한다.


“직원분들이 관찰력이 좋으시네요.”




얼마 전 새로 생긴 동네 빵집에서 생긴 에피소드이다.

두어 번 갔을까? 항상 바빠 보였는데 손님까지 살피다니! 더구나 우리를 구분한다니?

이야기하러 잠시 들렀다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우리는 말없이 빵만 먹는다.



이 질문은 쌍둥이로 사십 년을 살아오면서 제일 많이 들은 질문 1위에 해당된다.


전철을 타서 나란히 앉았을 때, 쇼핑할 때, 식당에 함께 갔을 때 질문받을 확률이 높다.

모르는 누군가가 쌍둥이냐고 물었을 때 ‘아니요, 자매예요.”라고 답하기도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쌍둥이가 맞는 것 같은데…’라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자매인데 너무 닮았네요.”라며 아쉬워한다.


처음부터 선의의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쌍둥이라고 말하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보며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어머~쌍둥이래! 신기해!”(옆 사람에게 하는 리액션)

“진짜 똑같이 생겼어요!”


순간 집중되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수군거림이 싫어 상황에 따라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쌍둥이임을 밝히고 나면, 순차적으로 받게 되는 필수 질문들이 있다.

이에 대한 답도 백만 스물한 번쯤은 해왔기에 공식처럼 정해져 있다. 줄줄이 소시지처럼 딸려오는 추가 질문 방지를 위해 1번 질문(쌍둥이가 맞는지)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이어 묻는 단골 추가 질문은 이런 것이다.




(질문) “일란성이에요? 이란성이에요?”

(답변) “일란성이에요.”

(반응) “어쩐지~너무 닮았더라고요!”


(질문) 누가 언니예요?

(답변) 제가 동생이에요.

(반응) 어머! 그럴 것 같았어요.(내가 더 동안으로 보이는 걸까?)


(질문) 그럼 아플 때도 같이 아파요?

(답변) 어렸을 땐 같이 아플 때가 많았어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감기일지라도 함께 있다 보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응) 어머머~신기하다! 같이 아프대~


(질문) 혹시 텔레파시 같은 것도 통해요?

(답변) 네?(살짝 당황) 텔레파시요? 가끔 생각이 통할 때도 있죠.

        (친한 자매, 친구와도 그럴 때 있지 않을까?)

(반응) 어머 머머~ 쌍둥이는 텔레파시도 통하나 봐요!




나한테는 지겨운 질문이지만 쌍둥이를 만나게 된 누군가는 참을 수 없는 궁금함 일 수 있다.


요즘은 쌍둥이뿐 아니라 삼둥이, 네 쌍둥이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지만, 내가 어렸을 땐 사람들에게 쌍둥이는 신기하고도 특별한 존재였다.


위 질문들을 들여다보면 쌍둥이는 복제인간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듯해서 조금 슬프다. 생긴 모습만으로 모든 게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는 옷을 사면 꼭 같은 색, 같은 디자인으로 사주셨다.

어쩌다 같은 디자인에 다른 색상의 옷을 사 오시면 어김없이 우리는 한 가지 옷을 서로 입겠다며 다퉜다.

엄마도 같은 옷을 입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툼 방지 차원에서 똑같은 옷을 사 입혔고, 우리는 어딜 가도 더욱 똑같은 “쌍둥이”가 되어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쌍둥이 언니와 나는 좋아하는 음식, 가수, 옷 입는 취향 등 많은 것이 비슷하긴 하다.

부부도 살면서 점점 닮아간다는데, 우리는 남편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함께 했으니 비슷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나이고, 쌍둥이 언니는 쌍둥이 언니인 것이다.


쌍둥이 언니에게 우리가 무엇이 가장 다른 것 같냐고 물어보니, “우린 얼굴이 가장 다르지”라고 답한다.

그렇다. 자세히 보면 우리는 참 다르게 생겼다. 단순한 것들만 떠올려만 보아도 언니는 해산물을, 나는 고기를 더 좋아하며, 언니는 말을 잘하고, 나는 말을 잘 들어준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TV 프로그램에 세 쌍둥이인 대한, 민국, 만세가 출연해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이란성쌍둥이라 생김새가 다르기도 했지만, 쌍둥이라도 각자의 캐릭터가 얼마나 다른지 확실히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당시 나는 미소천사 둘째 민국이의 팬이었고, 쌍둥이 언니는 개구쟁이 셋째 만세의 팬이었다.


아직도 가끔 받긴 하지만 이제는 위와 같은 질문들은 자주 받진 않는다.

이젠 사람들에게 쌍둥이란 그저 남매, 자매, 형제 정도의 개념과 비슷해지지 않았나 싶다.

쌍둥이가 그저 신기하기만 한 시절에 받았던 질문들을 떠올리며 한 개인으로서 존중받는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쌍둥이인 우리도 육아를 하는 엄마가 되었다.


우리는 함께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

사촌인 둘은 7개월 차이가 나는데 마치 쌍둥이를 키우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두 꼬마는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지만, 한 명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끼 많은 행동파이고, 한 명은 모든 걸 자세히 살필 줄 아는 통찰 있는 신중 파이다.


아이들에게 더욱더 각자의 개성을 알아봐 주고 존중해주는 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겉모습보다 내면을 들여다봐주고 싶다.

자신을 정말 잘 아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도록 돕고 싶다.

우리가 그랬듯이 둘도 없는 친구이자 자매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니 이렇게 존중받고 싶었구나 싶어 스스로에게 순간 짠한 마음도 든다.


쌍둥이의 한 명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가까운 언니와 동일시되고, 비교당하는 삶의 순간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슬프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함께라서 힘이 되고 즐거운 순간들은 몇 배로 더 많다.

어린 시절 들었던 질문들을 엄마가 되어 떠올리며 느낀 자각이라고 해야 할까?


쌍둥이로 살아왔기에 아이들을 키우며 놓칠 수 있는 중요한 부분도 이렇게 깨달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아이들이 하원하고 돌아오면,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바라봐주어야겠다.


쌍둥이 그리고 형제, 자매, 남매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대하는 누군가라면, 존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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