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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Jul 10. 2021

공동육아로 제주 한달살기

한달살기 준비의 가장 큰 두 가지


한 달 까짓 거 한번 떠나보지 뭐!



2박 3일 길어야 4박 5일 정도의 제주여행이 한달살기로 바뀐 데에는 숙소가 해결되면서였다.


12월의 제주라 해도 제주는 제주였다.

자칭 서칭의 귀재인 나와 언니는 밤낮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숙소를 샅샅이 살폈다.

숙소가 마음에 들면 너무 비싸고, 마음에 드는 가격이면 위치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해외에 계신 큰아버지의 제주집이 비워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매 둘 다 부탁을 못하는 성격이라 며칠을 고민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지내다오라는 답을 주신 거다. 오랫동안 비워져 있어 관리가 힘든 데, 가서 머물러주면 고맙다고 오히려 말씀해주시는 거 아닌가? 제주에 자주 가지 못하니 겨울이 지나면 임대를 하실 계획이시라고 했다.

(쓸고 닦은 집을 보여드린 덕분일까? 아니면 쌍둥이 언니의 부동산 실장님 뺨치는 프레젠테이션이 통했는지 우리가 돌아올 땐 세입자까지 구하게 되었다.)


주소를 받아보니 숙소는 제주의 내륙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곳이었다.

근처에는 제주에서 제일 유명한 생수의 공장이 있었다. 머물 곳이 물 맑은 곳이네? 자주 마시던 물의 근원지라니 반가웠다. 더구나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함덕해변과 작은 마트, 식당이 있었다.

제주에 놀러 가면 제주 서부나 서귀포 쪽 숙소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내륙 쪽은 처음이었다.






이제 이동수단만 결정하면 한 달 살기 준비의 가장 큰 두 가지가 해결된다.


추운 겨울 아이 둘을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엔 무리가 있으므로 차는 꼭 필요했다.

한 달 살기를 한 선배 엄마들의 노하우를 찾아보니 차를 배로 보내는 탁송 서비스를 추천했다.

비용도 장기렌트를 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타던 차를 가지고 가니 보험을 별도로 다시 들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필요한 짐을 한꺼번에 실어 보낼 수 있었다. 무게를 신경 쓰며 짐을 싸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그렇게 쌍둥이 언니의 세컨카인 흰붕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제주 출발 하루 전

차량 탁송 기사님이 집 앞까지 오셔서 인천항까지 차를 가져가시고 다음날 우리가 머물 제주의 집 앞까지 가져다주신다. 지금 생각해도 참 편리한 서비스다.


경차인 흰붕이에는 빈 공간이라고는 없었다. 다만 운전할 때 양쪽 사이드미러가 보일만큼의 공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과 1박 2일의 여행만 떠나더라도 캐리어로 짐이 가득인데 한 달 살기를 처음 준비한 우리의 짐은 어땠을까? 우리는 제주도를 무인도라고 생각한 사람들처럼 이민 수준으로 짐을 꾸렸다.

온수매트와 생선구이기까지 챙겼으니 그 외에 어떤 짐들이 있었을지 상상에 맡기겠다.

사실 막상 가서는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가져온 것들도 많았다. 평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살자는 우리 자매는 차에 실린 짐을 보며 말없이 웃었다.



두 집 살림을 싸는 것부터가 쌍둥이 언니와 나의 사서 고생길의 시작이었지만 떠나기 전 마음만큼은 제주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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