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다D Jul 08. 2021

공동육아? 괜찮아 제주도야!

개고생 200% 확정 예약되었습니다.


출산 후


보잘것없는 그나마의 경력조차 단절될까 노심초사하며 일 년을 보냈다.

돌이 갓 지난 딸내미를 신학기 시작과 함께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리랜서로 강의했기에 일이 드문드문 있었다.


육아와 일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은 간간이 있는 일일지라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는 없었지만, 육아와 병행하며 경력단절이 되지 않을 정도의 일을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제주도 강의 제의가 들어왔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흔쾌히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러 간 제주였다.

순간 머리로는 물리적 거리와 딸 J의 얼굴이 떠오르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는, 입에서는 “네! 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오고 있었다.


남편의 연차와 쌍둥이 언니 찬스를 써가며 제주와 집을 오갔다.

숙박과 비행기표는 경비 처리되지만, 물가 비싼 제주에서 밥 한 끼, 커피 한잔 사 먹으면 뭐하고 왔을까 싶을 강의료를 모두 쓰며 강의를 빙자한 여행을 하게 된 거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다녀올 때마다 딸 J와 조카 S가 좋아하는 감귤 한 박스, 오메기떡, 말린 제주 고사리 등을 사 나르느라 번 돈 이상을 썼다는 건 가족 모두가 아는 비밀이다.




제주도 여행을 여러 번 다녔지만 느낌이 정말 달랐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은 엄마가 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일을 하러 왔지만 제주의 거센 바람도, 바다도, 커피도, 흑돼지도 모든 것이 좋았다.

강의를 마치고 숙소로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들린 어두컴컴한 용두암의 으스스한 조명마저도 말이다.


혼자인 모든 순간이 좋았다.



육아를 하며 잃어버렸던 나만의 자유시간을 누리는 것 같았다.


그때의 제주는 나에게 자유였다.

비취색 바다를 보며 뻥 뚫린 마음으로 자유를 느끼면 되는데 함께 왔으면 좋아했을 딸 J의 얼굴이, 남편의 얼굴이, 우리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다. 좋은 곳에 가고, 맛있는 거 먹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가족일 수밖에 없다.



그래! 이 좋은 곳을 함께 오자!



제주라는 곳의 매력은 빠른 실행을 부른다.


간절히 바라면 꿈은 이루어진다.

동기유발 전문가로서 쌍둥이 언니에게 살짝 바람을 넣었는데 그게 통했다.


5월의 결심은 성수기의 엄청난 비행기 티켓값에 놀라 주춤하다 12월이 돼서야 실행에 옮겨진다.

그사이 2박 3일로 시작된 여행 계획이 한달살이 한번 해볼까?로 바뀌게 되면서 준비할 게 많아졌다. 어디에서 끓어오르는 건지 알 수 없는 자유를 갈망하며 우리는 덜컥 표를 끊었다.


그것도 편도로!

돌아올 날을 정하지 않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무식한 용기에서 비롯된 개고생 여행을 200% 확정 예약하며 우리는 그렇게 제주로 떠났다.


딸 J는 두 돌이 채 안되었고, 조카 S는 세 살이었다.



코로나 직전의 여행



그땐 이 여행이 아이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지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말, 하루하루를 더 온전히 누릴걸...


모두의 시간이 허락한다고 해도 그때처럼 자유로이 누릴 수  없는 지금.

아이들과 고생 투성이었던 그때가 그립다.

글로 나마 다시 추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일 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난 공동육아 여행기를 사진을 더듬어가며 기록해보려 한다.


이전 08화 쌍둥이라서 사십 년째 듣는 질문에 대한 고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