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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그리움

by 담은

우리 둘이서 농다리에 갔던 거 기억나?

볕이 좋아서 모든 게 반짝이는 것만 같았던 날.

내 신발이 젖을까 봐 너는 멀리 돌아가자고 했잖아.

나는 사실 양말을 벗고 농다리를 건너가 보고 싶었는데,

네가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예뻐서

너를 따라 멀리 돌아갔어.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도,

그리움이라고도 말하지 못했어.


그런데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가서 우리를 갈라놓았어.

그날 밭밑을 흐르던 물처럼

너와 나도 각자의 길로 흘러가 버렸지.


그때

햇살아래 반짝이던 윤슬도

수줍게 피었던 들꽃도

한들거리며 반겨주던 아카시나무도

그대로 일까?


오늘따라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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