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를 피해 비사이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굵어졌지만 행복한 웃음은 더 커졌다.
너의 시원한 웃음도 더 크게 번져 갔다.
차가운 빗줄기 사이로,
서로의 체온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우리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고
그 짧은 순간,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었다.
한참 동안 비는 멈출 줄을 몰랐다.
마치 우리를 온전히 감싸려는 듯,
한동안 더 쏟아져 내렸다.
결국 달리는 걸 멈추었을 때,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마주 본 너의 눈빛은
여전히 내 마음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젖은 마음 사이로
알 수 없는 감정이 고여 있었다.
비가 그친 뒤에도,
그날의 마음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그 빗속을 지나오던 마음만큼은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여름비를 지나
이제 서로 다른 곳에
도착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