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그쳤다.
우산을 접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 젖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도록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물이 고인 골목에
너의 발자국이 도장처럼 찍히고
그 옆에 나의 흔적을 덧댔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던 마음은
닿지 않을 거리에 있었다.
비는 분명 멈췄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너라는 비를 지나고 있었다.
햇살이 다시 찾아와
젖은 나뭇잎이 반짝여도,
나는 자꾸만 네가 머문
회색빛 오후에 머물러있다.
너는 아무렇지 않게 앞서 걸었고
나는 그 뒷모습에
이별의 그림자를 그렸다.
그날 이후,
비가 그때처럼 내리는 날이면
습관처럼 네가 남긴 발자국을 찾는다.
이미 빗물에 지워진 걸 알면서도,
여전히 마음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마음이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