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kness

by 담결

아주 오래된 기억이 있다. 그 기억 속의 내 어머니는 늘 그렇듯 나에게 짜증을 냈다.


“그만 울어! 대체 너는 왜 맨날 툭하면 우는 거니? 약해 빠져 가지고는.”

나를 향한 책망에, 나는 울컥하며 아주 깊숙한 곳에 있던 한 마디를 힘겹게 입 밖으로 꺼냈었다. 어쩌면 알아주길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싫다고요!”

하지만 나의 그 말은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어리광 부리지 마! 싫어도 참고 해야 되는 거야.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

그녀가 목적어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어린 나는 그게 아니라며 해명하지 않는다. 우리의 의사소통은 항상 어딘가 이가 맞지 않았다. 그건 나의 책임일까, 그녀의 책임일까. 나는 그저 상처를 끌어안고 끅끅 눈물만 쏟아냈다. 벌써 몇 십 년도 더 된 오래된 기억이다. 어머니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고, 그녀가 남긴 기억만이 여전히 나와 함께 있다. 50미터 반경 안에 집이라고는 이 집 하나 뿐이고, 착실히 모은 돈으로 지은 이곳에 사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삶에 치이느라 한 구석에 처박아 둔 채 외면했던 기억들을 도시를 떠나 혼자가 되고서야 똑바로 마주한다. 그 뒤에 어머니는 뭐라고 말했더라. 기억 속에서 내가 내는 소리의 볼륨을 낮추고 어머니의 말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 버릇 좀 고쳐. 보기도 안 좋고 그렇게 약하면 언제 한 번 크게 데일 거다. 너만 손해야. 운다고 뭐가 해결 돼? 그럴 힘으로 하나라도 더 버티고 해내야지.”

나는 그 사이 약간 진정돼서 씩씩대며 말을 이어갔다.

“약한 게 나빠요?”

내 말을 듣더니 어머니는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연한 소릴 왜 하니.”

내 기억은 여기서 끊겨 있다. 이 이상 떠올릴 것이 없었다.


기억을 들여다본 탓에 평소보다 한 숟갈 정도 더 복잡해진 나는,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옷을 갈아입고 텃밭으로 나갔다. 벌써 오전 10시가 넘었다. 손에 흙을 묻히며 작물을 손보고 있었는데 대문 쪽에서 작은 손님들이 찾아온 소리가 들렸다.

“미야아옹.”

그건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였다. 그 어미 고양이는 몇 달 전 집 앞에 홀연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기 드문 까만 고양이였다. 어느 날 먹을 걸주기 시작한 뒤로 그 녀석은 3일에 한 번 꼴로 찾아오게 됐고 나는 고정적으로 먹이를 챙겨주게 되었다. 그러다 그 고양이가 새끼를 세 마리 낳아 데리고 왔다. 기본적으로 새끼들도 어미를 닮아 새까만 털을 가졌기에 구분이 힘들겠다 싶었으나 신기하게도 구분이 가능했다. 기질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한 마리는 매우 활발하고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녀석이었고, 한 마리는 비교적 얌전하나 마찬가지로 사람을 잘 따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겁도 많고, 내가 주는 먹이도 좀처럼 먹으러 다가오지 않고, 기가 약한 녀석이었다. 셋 중 두 마리 고양이와는 빨리 친해졌는데, 안타깝게도 가장 활발했던 새끼고양이가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들판을 신나게 돌아다니다 어느 산짐승에게 물려간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한 동안 세 마리의 고양이만이 찾아왔고, 겁이 많던 새끼고양이는 여전했지만 점차 경계를 풀고 최근에는 내가 만져도 가만히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 새끼고양이는 울음소리도 좀처럼 잘 내지 않았다. 그 녀석도 어미에게 책망을 들을까? 왜 그렇게 겁이 많냐고, 이대로면 너는 금방 도태될 거라고.

나는 놀랐다. 오늘 찾아온 건 어미 고양이와 그 약한 새끼고양이 둘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뿔싸, 다른 새끼마저 어딘가에서 당한 거구나. 먹이를 내주고 한참 밭일을 하고 와보니 어미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새끼고양이 홀로 남아있다. 그 모습이 쓸쓸해 보인 건지, 아니면 끝내 살아남은 그 녀석이 대견했던 건지 나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을 품고서 처음으로 그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고양아, 여기서 나랑 같이 살지 않으련?”

그러자 그 녀석은 내 말에 대답을 해주는 것처럼 소리를 냈다. 평소 소리를 잘 내지 않던 녀석이라, 그 소리는 나에게 더 대답처럼 들렸다. 이제 이 집에는 나와 나의 기억과 이 고양이가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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