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복잡해진 상태로 오늘 강의를 다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어머니의 경우 회사 운영, 아버지는 학계 유명인사로서 활동하는 데 몰두하시는 편이라 이전부터 집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로는 특히 더 그랬다. 아무도 없는 집은 조용했고, 바닥에는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며 청소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의 깔끔하고 미니멀한 취향이 잔뜩 반영되어 우리 집에는 필요 이상의 가구나 장식품이 없고, 대체로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는 편이다.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있지만, 나는 딱히 텔레비전을 보는 취미가 없다. 그래서 거실 쪽으로 갈 필요가 없는데 오늘따라 거실을 가로질러 집 안쪽에 있는 방문 하나에 눈길이 갔다. 동생이 죽은 후로 8년째 방문이 닫혀 있는 곳이다. 그쪽으로 잠깐 눈길이 가기는 했지만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려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학기 초 특유의 에너지 소모가 많은 하루를 보냈기에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침대로 향했고, 한유진이라는 인물을 마주해서인지 오랜만에 과거를 떠올렸다. 한유진과 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다. 둘이 친해진 계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동생은 한유진을 집으로 데려왔고, 둘이서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으로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서 연예인들에 대해 자기들끼리 품평을 하면서 웃고 떠들곤 했었다. 반대로 동생이 한유진네 집으로 놀러 가거나 그 집에서 자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친밀한 교류도 내 동생이 중1 때 갑작스럽게 자동차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면서 끝났다. 동생이 죽으면서 우리 가족은 네 명에서 세 명이 되었고, 한유진은 둘이서 곧잘 놀곤 했던 친한 친구를 하나 잃었다.
홀수는 어딘가 기분 나쁘다. 홀로 집에서 이런 생각을 되뇌며 나는 평소 답지 않게 낮시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낮잠을 깨고 보니 벌써 오후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려고 방 밖으로 나와 보니 어쩐 일인지 어머니가 집에 있었다.
"오셨어요?"
"그래. 근데 뭐 좀 가지러 잠깐 온 거고, 다시 나가봐야 돼. 얼굴 보니 자다 일어난 거 같은데, 개강하지 않았니? 학교는 어쩌고 잠을 자."
"이번 학기에 듣는 강의가 거의 다 오전에 있어요. 수업 듣고 집에 돌아왔다가 잠든 거예요."
"이제 3학년이니까 해이하게 보내지 마. 알아서 잘하겠지만."
"네 걱정 마세요."
"그리고 빨래 좀 돌려놔라. 보니까 빨랫감이 많이 쌓였던데, 내가 요즘 거래처랑 중요한 사안이 잡혀있어서 시간이 없어."
"알겠어요. 언제쯤 다시 들어오세요?"
"저녁 9시쯤. 아마 아버지도 그쯤 들어오실 거야."
짧은 대화를 끝으로 어머니는 서류 봉투 같은 걸 챙겨서 집을 나섰다. 부모님은 그렇게나 바쁜 와중에 집안에 대한 무슨 책임감이나 완벽주의적 태도가 있는 건지, 집안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어떻게든 가족 내에서 해결하려는 편이다. '가족'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기에,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종종 나에게 집안일이나 자투리 심부름을 시키고는 했다. 나는 군말 없이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편이지만, 딱 한 번 예외였던 날이 있었다. 8년 전 나는 딱 한 번,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하느라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어머니가 내게 시켰던 일을 동생에게 떠넘겼었다. 그리고 나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부탁한 물건을 사러 가던 길에 동생은 죽었다.
오늘은 작정이라도 한 듯 계속 8년 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건 모두 다 한유진을 만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