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만남
며칠 전 친척 어르신 몇 분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할머니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시겠다고 해 얼굴도 뵐 겸 마련한 자리였다. 엄마는 그 자리에 나를 물주로 데려갔다. (딸내미 카드 찬스~!) 모처럼의 휴일에 부모님과 가까운 데 놀러나 다녀올까 하고 있던 터였다. 놀러 가서 쓸 돈으로 식사 자리도 좋지. 흔쾌히 오케이했다.
엄마는 여섯 형제 중 막내다. 나는 엄마의 두 자녀 중 막내다. 결국 나는 막내의 막내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친척 모임에 가면 나는 항상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다. ‘아휴, ㅇㅇ이 요만~ 했는데.’ 하는 이야기를 삼십 년 넘게 들어온 셈이다. 예전에는 그 말이 어른들의 고정 멘트, 상투적인 표현이려니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다른 생각이 든다.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나는 스물여섯이었다. 그때 만난 언니들은 서른하나, 서른둘이었고, 서른다섯이었고, 그랬다. 그리고 십여 년이 흘렀다. 언니들과 만나 가끔 나이 얘기를 하면 깜짝깜짝 놀랐다. 언니가 벌써 마흔이라고요? 사십 대라고요? 하면 언니들도 놀랐다. 네가 그렇게나 나이 먹었어? 한다.
얼마 전에 고등학교 선배와 전화 통화를 할 때도 그랬다. 수화기 너머 선배는 여전히 고등학교 2학년일 것만 같았다. 내가 더 이상 1학년이 아닌데도 말이다. 선배도 여전히 나를 고등학교 막 들어온 꼬맹이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를 기억할 때는 처음 만난 그 나이로 항상 담아두는 것은 아닐까.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때 만난 그 모습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스무 살에 만난 대학 동기들은 여전히 스무 살 같고, 삼십 대에 만난 언니들은 여전히 삼십 대 같고.
다시 저녁 식사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날 어른들은 식사비를 결제하러 가는 나를 보며 놀라셨다. 겉으로 보이는 나는 직장 생활 10년 차가 넘은 사회인이지만 어른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이제야 조금씩 알겠다. 어른들 눈에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 같았겠구나. 그 모습을 담아두셨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