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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해 Jul 27. 2019

괜스레 생각나게 말이야

매일 글쓰기 도전 중_이번 주 주제 : 죽음

아빠는 종종 나만을 위한 기사님이 된다. 아빠 나 지하철 역까지만 태워다 주면 안 돼? 아빠 나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라. 내 칭얼거림에 싫은 내색 없이, ‘그래! 까짓 거 나갔다 오지 뭐.’ 하신다. 쉬는 날이라 씻기도 싫고 나가기는 더욱 싫다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한 번은 터미널에 나를 태워다 주러 가는 길. 라디오에서 교통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디 구간이 정체되었고 어디 구간은 원활하다는, 짧은 방송이었다. 기자의 목소리를 듣자, 아빠는 볼륨을 키웠다.


“지금까지 △△△ 기자, ○○○이었습니다.”


기자의 마지막 멘트가 흐른 후, 나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이 기자는 11시마다 교통 방송하는 기자인데 말이야. 이름이 느이 큰아빠 이름이랑 같아서...”


괜스레 생각나게 말이야. 그런 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들었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하는 것도 같고.


20여 년 전, 큰아빠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3년도 되지 않은 때였다. IMF 외환 위기 때이기도 했다. 가계는 기울었고 우리 집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에 가까웠다. 아빠는 연락을 받자마자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형이 깨어나길 애타게 기다렸을 아빠. 그러나 큰아빠는 중환자실에 계신 지 두어 달이 지났을 무렵,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


아빠는 감정 표현을 잘 안 하시는 편인데. 그 기자의 방송 시간이며 목소리까지 기억하고 계셨다. 이름 석 자 들으려고 볼륨도 키워가면서 방송을 들으셨다. 단지 형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시간이 흐른다고 옅어지는 건 아닌가 보구나. 생각난다는 그 말은 보고 싶다, 그립다는 말이구나. 아빠를 보며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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