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내지는 혼인신고를 통해 부부가 되는 것과 달리, 연인의 경우 전적으로 그 관계의 효력이 둘 사이의 낭만적 구두계약에 의해 발생한다. 그래서 고백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받고 승낙함으로써 사랑에 응답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연인이 되어 사랑을 하는 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고백은 어렵고, 때로 두렵기까지 하단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커다란 마음가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언제든 거절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고백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무 말이나 대충 던져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고백에는 정해진 양식이나 규칙이 없다. 고백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양식의 자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어떤 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진부하지 않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감동시켜 그에 적합한 응답을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거절당하지 않을 수 있을지.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고백에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는 문제는 부르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