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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말 Dec 28. 2016

소선 대악 대선 비정(8)

후회가 자책이 되고 자책이 한숨을 낳고 있습니다. 주변인들은 이따금씩 내게 왜 그렇게 자주 한숨을 쉬냐고 하지요. 그냥 그 상황은 당신이 함께했던 순간이 생각나서 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내게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 저편에 있는 당신이기 때문에 지금 순간에 함께 있지 못하는 공허와 허탈이 너무도 거대합니다. 나도 모르는 새 꺼내지는 한숨이 깊어서 숨기기 어렵습니다.


항상 좋은 것을 보거나 좋은 것을 먹게 되는 때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육적회귤이라고 하는 사자성어가 떠오릅니다. 그 사자성어의 육적과 달리. 저는 그 좋은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공존합니다. 그 귤을 품은 육적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그 귤이 바닥으로 굴렀을 때는 어떤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요.


요즘 스머프할배라는 사람이 유명하다 합니다. 그는 65세의 나이로 구순이 넘은 노모를 봉양하고 있지요. 그는 매일매일 다른 요리로 치매에 걸린 노모의 밥상을 차린다고 합니다. 그의 정성이 효과를 거두었는지 노모는 의사들의 예상보다 더 잘 살고 있습니다. 그의 블로그를 보면 노모에 대한 애증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증오로 읽히는 내용이 이내 진심으로 찬 사랑으로 소화됨을 느끼지요.


그 증오에 가득 담긴 사랑의 깊이가 참으로 깊어서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어떻게 그런 지극 정성을 기울일 수 있었는지,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애정이 너무도 거대해 부끄러웠습니다. 아직 사랑을 기울일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부러웠지만, 나에겐 부러울 수 있는 염치가 있다고 차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나에게 기회는 이미 주어졌던, 이제야 귀중했다고 깨닫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보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이제야 마주치게 된 노인의 정성은 나에겐 후회로 날아듭니다. 그러면서, 더 잘할 것을 후회하며 닿을 수 없는 곳에 닳도록 전하는 말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깨닫습니다. 그래도 노인은 참 행복해 보입니다. 노모가 밉다고는 하지만 정말 밉다면 그렇게 하진 않을 테지요. 후회로 맺힌 내 눈물이 너무 미운 날입니다.


눈물은 덥고 짭니다. 눈물이 흐르고 흐른 자리는 태가 나고 쓰라립니다. 그래서 눈물엔 아픔이 있습니다. 한 방울로 응축된 그 마음이 쉬이 떠나지 못해서 자꾸 나오게 되고, 그런 강렬한 눈물이 너무도 부끄러워 자꾸만 감추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시간을 가진 이가 온몸을 던져 쏟아내는 정성이 너무도 아름답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 것만 같아서. 그리고 너무도 부러워서 아직 부끄러운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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