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도시의 말 (6)

by 다안


내가 아무 말도 없이 그림만 쳐다보자, 벤이 옆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는 바쁘게 눈을 굴렸다.

“Shit, 거꾸로잖아. 어쩐지 네 반응이 이상하다 했어.”

빙글빙글, 갖가지 색깔이 섞여 들어가며 희미한 잿빛 잔상만이 아른거렸다. 남자의 손이 위쪽으로 올라가고, 발이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그제야 나는 남자가 무용수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한쪽 팔을 우아하게 허공에 던진 채, 힘차게 도약하는 동시에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허리와 발목이 기묘하게 뒤틀려 보이는 것이었다. 그로테스크함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똑바로 본 남자의 얼굴은 생각보다 귀족적이었다. 거꾸로 뒤집혀 있을 때보다 훨씬 젊고 힘이 넘쳐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날 선 그림이었다. 점도 높은 우울함과 불안감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고였다. 보이지 않는 웅덩이를 밟으면 미끄러지는 대신 늪처럼 삼켜질 것 같았다.

“Eccentric, isn’t he?”

벤이 천천히 말했다. 문장의 의미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벤이 나의 ‘기이한’ 문제에 대해 논할 때마다 저 ‘eccentric’이라는 단어를 발음했기 때문이다.

“Oui. Très excentrique.”

내가 떨리는 호흡으로 대답하자, 벤은 조심스럽게 그림을 벽에 기대어 두었다. 우리는 그 앞에 나란히 서서 시선을 맞추려 들지 않는 무용수의 춤을 지켜봤다.

“얼마 전에 부모님 댁에 다녀왔잖아.”

벤은 그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고, 그래서 나도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네 생일 선물을 살까 하고 빈티지 마켓에 들렀다가 발견했어.”

“나 생일 아닌데.”

벤이 내 코끝을 가볍게 튕기며 불평했다.

“아무리 물어봐도 언제인지 알려주지를 않잖아, 네가. 그냥 내 마음대로 주는 수밖에.”

그러면 보통은 대충 넘기지 않아?

“한쪽 눈동자가 완전히 은색으로 바랜 할머니가 팔고 있었는데, 꽤 오래전에 이름 없이 죽은 화가의 그림이래. 아마 적어도 몇 년은 그 가판대에 얌전히 놓여 있었겠지.”


무명의 화가가 수십 년 전에 그린 것 치고 그림은 상당히 멀끔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전 소유자가 그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습기가 좀먹지 않도록, 햇빛이 본래의 색을 변질시키지 않도록 정성스레 관리해 온 것이다. 그런 호사를 누리던 그림이 어쩌다 지구 반대편의 좁은 반도까지 날아와 내 앞에 휘청대며 서 있을까.

“옆을 지나가는데, 저 남자랑 눈이 마주친 것 같았어. 외면할 수가 없었어. 그런 느낌이 들자마자 네가 생각났어.”

“왜?”

벤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넌 어떤 것 같은데?”

“뭐가?”

“뭐든. 내 이유나 감상은 중요하지 않아, 네 거니까. 네가 들려줘.”

못 이기는 척 그림에서 눈을 뗐다. 느린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벤은 여전히 무용수의 춤에 깊이 잠겨 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 한 가닥이 흘러내려 도드라진 눈썹뼈를 가렸다. 그가 고개를 내 쪽으로 살짝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단정한 콧대가 유려한 선으로 드러나 보였다. 대단히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난 차분한 그 얼굴을 좋아했다. 조금 싱거운 것도 같은 흐린 미소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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