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나라
출산율 0.7명, OECD 국가 중 최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2023년 3분기 0.70명으로 떨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OECD 국가 평균인 1.59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이고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출산율 0.7명은 국가가 붕괴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이 1.02명, 러시아 1.42명이라고 하니 전쟁 중 나라들의 출산율과도 비교할 수 없이 현저하게 낮은 수치이다.
한국 출산율을 두고 로스 다우섯〈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14세기에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결과'라고 평했다. 일본 경제지 <머니 1>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추세를 언급하며 ‘한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불과 두 세대 후 인구는 십 분의 일
좀 더 체감할 수 있게 설명해 보자. 2021년 대한민국 평균 초산연령이 32세이고 현재 200명이(남아 100명, 여아 100명) 출생아수라고 가정한다면, 2023년의 32년 후 인 2055년에는 0.7 출산율로 적용, 총 70명(남아 35명, 여아 35명)으로 줄어든다. 2087년에는 총 24명 그러니까 남아 12명 여아 12명으로 줄어든다. 2023년 200명에서 2087년 24명으로 거의 1/10로 주는 셈이다. 불과 두 세대 후 인구는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선진국으로 갈수록 저출생 고령화를 겪는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베커는 이렇게 분석한다. 자녀도 다른 재화들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인 효용가치를 갖고 있는데 과거에는 상대적인 효용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자녀가 곧 노동력이며 노후보장이니까 많이 낳는 것이 훨씬 더 유리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대중교육이 나타나면서 복지라는 제도 생기고 나의 노후를 자녀가 아니라 사회가 해주기 시작한다. 이제는 아이를 많이 낳을 필요가 없다. 상대적인 효용 가치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왜 유독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어 가는 것일까?
자녀세대의 가치관 변화
우리나라 2030 세대, 소위 MZ세대는 자신이 준비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세대는 준비되지 않아도 때가 되면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지만 자식세대는 부모의 성공을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가치관이 바뀌었다.
결혼, 출산은 장벽이다
결혼이라는 게 예전에는 생애주기의 당연한 한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큰 장벽이 됐다는 의미다. 자신의 취업 상태나 고용 신분에 따라, 어떤 청년들에게는 출산 이전에 결혼조차도 가질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중된 불안감, 결여된 자신감, 리스크 회피 성향, 남녀 간 젠더 인식 격차,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 경쟁에 대한 피로감 따위가 지금 청년의 삶을 복합적으로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이 깊어지면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스스로 ‘결혼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실제로 <시사IN>만 18~49세 전국 성인 남녀 설문에 참여한 미혼 응답자 중 75.7%는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젊은 세대는 불안하다
아... 이 시대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불안하다. 완벽해야 하기에 불안하고 남들과 비교하기에 불안하고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모두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할 때를 원한다. 부족해서 하는 것이 연애이고 결혼이고 출산이지만 젊은 세대는 결혼을 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매우 높다. 고민할수록 답이 나오지 않기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종족 번식의 욕구까지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완벽한 것은 없다. 우리는 부족하기에 실패하고 또 실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에게 누나로, 언니로서 말해주고 싶다. 결혼 10주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훨씬 많은 것이 결혼이고 삶이다.
결혼 선배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부차원에서 출산 이전의 결혼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든, 수도권 집값을 내릴 수 있는 문제, 고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문제는 전폭적인 지원으로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치자.
어른들이 젊은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이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실패가 두렵고 경쟁에 지친 그들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에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또한 청소년기에 눈으로 본 부모의 결혼 생활이 '행복해 보였다'라고 대답한 미혼 응답자는 결혼의향이 67%였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결혼의향이 49%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직접적으로 '부모의 결혼생활의 행복'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결혼을 하고 있는 선배로써 가정이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EBS 다큐프라임 - 저출생 보고서 - 인구에서 인간으로 1부 선택
시사IN '합계출산율 0.7명 사회 한국은 정말 끝났는가' 기사
시사IN '우리 결혼 안 합니다' 생애 모델을 거부하는 사람들 기사
화요일 [건강한 가정은 작은 천국]
수요일 [새벽독서, 책과 나를 연결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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