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엄마이다. 얼마 전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주간이라 학교에 방문했는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물으셨다. "어머니는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괜찮은,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나요? 아님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음..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은데.. 뭐라고 답해야 할까?'
친구 엄마가 보내 준 '중고등학교 때도 공부를 잘하는 초등생의 특징 세 가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된다.
첫 번째는 자기 객관화이다. 소위 말하는 메타인지가 필요하고 두 번째는 문해력이란다. 독서와 글쓰기의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을 갖는 것이다. 세 번째, 영수 발랜스 즉, 영어와 수학 공부의 균형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훗날 공부를 잘하는 중고등학생이 되기 위해 초등생에게 키워줘야 할 것들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왜 세 가지를 꼽는지도 납득도 가고 이해도 간다.
예를 들어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 햇빛도, 적절한 양의 수분도, 공기도 필요하다. 식물이 우리 아이이고 메타인지가 햇살이라면, 문해력이 수분이라면, 영어수학 발랜스가 공기라면 분명 식물은 이 3가지를 흡수하며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자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식물이 심겨 있는 토양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될까? 식물의 뿌리가 땅속에서 퍼져 나갈 수 있을까? 비옥하지 못한 토양에서는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서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 힘이 들지 않을까? 식물이 오랜 시간 잘 자라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한 토양이 근간이 되어야 하고 그 위에 튼튼한 뿌리가 뻗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식물이 자라는 과정으로 생각해 봐도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달려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식물의 튼실한 뿌리가 건강한 토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간으로 태어나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무조건 가르쳐야 할 매우 본질적인 것이 바로 인격이 아닐까?
나는 아이의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훈련시키고 싶은 엄마이다. 건강한 인격을 소유한 어른으로 자라기 위한 토대를 어릴 때부터 심어주고 싶은 엄마이다. 엄마인 나의 최종 목적은 아이에게 아래의 9가지의 귀한 인격의 열매를 맺기 위한 토양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목적이 분명하니까 하나씩 차근차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사랑: 아끼고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
절제: 조절하고 제한할 수 있는 마음
희락: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충성: 믿음을 신실하게 따르는 마음
자비: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
양선: 어질고 선한 마음
오래 참음: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마음
온유: 온화하고 부드러운 마음
화평: 화목하고 평온한 마음
담임선생님께는 이렇게 긴 이야기를 전해 드리며 대답을 대신하였다.
"선생님! 저는 스스로 왜 해야 하는지 깨달았을 때 아이가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저희 아이에게 스스로 절제하고 스스로 참고 견디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와 100일 동안 도전하는 것을 정해서 엄마와 같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고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을 참는 능력,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훈련이 지금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을 이겨낸 아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감사하게도 선생님께서 공감하시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해 주셨다.
*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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