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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discovers Nov 29. 2022

아마 서너 번은 더 가겠지만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Weihnachtsmarkt

“난 지쳤어. 더 이상 갈 수 없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세 개 다녀오고 남자친구는 지쳤다며 뻗었다.

코로나 전보다는 덜 하지만, 활기를 띨 정도로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독일 전역에 세워지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종로 1가 길거리 고깃집 같은 느낌일까, 독일인 친구들은 술 취한 아저씨들이 시끄럽게 구는 게 싫다고, 자기들은 안 간 지 꽤 됐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크레페, 만델, 커리부어스트, 글루바인, 초콜릿을 꼭 먹어보라고 내게 당부한다.

전문적인 사진장비 없이 분위기를 잔뜩 담기는 힘들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의 반짝거리는 불빛이 독일의 밤을 밝히는 요즘, 귀와 배를 간지럽히는 캐럴이랑 음식 냄새가 멀리서부터 느껴지면, 마음속이 선선하게 설렌다.


대학시절부터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면, 실제로 독일에서 글루바인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도 항상 인터넷에서 본 제조방법을 따라 손수 글루바인을 만들어 친구들과 먹곤 했다. 그래서 처음 진짜 글루바인을 먹어본다는 생각에 마시기도 전부터 기분 좋은 취기가 돌았다. 달달하고, 배속 깊은 곳까지 뜨겁게 덥혀주는 럼이 피부에 느껴지는 쌀쌀함에 기분 좋게 증발했다. 더 따듯하라고 한쪽에 지펴놓은 불 근처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그게 독일의 귀여운 빨간 지붕 집이던, 비둘기와 갈매기가 귀엽게 날아다니는 항구던,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광장이든 간에 다 똑같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건. 냄새와 웃음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음식뿐만 아니라 놀이기구, 공연, 파티와 더불어 각종 물건도 파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 단골처럼 등장하는 스탠드는 장난감, 퍼즐, 목공예, 고기/치즈/, 촛불 따위의 것들이다. 머리 위로 칙칙 거리며 지나가는 장난감 기차와 오너먼트 가게 앞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아직은 창문에 서리  날씨가 아님에도  눈에는 그렇게 보이고, 여기 있는  몽땅  가지고 집에 가서 벽난로 앞에 앉아 따듯한 펀치 한잔과 함께 입에 털어 넣고 싶어지는 것이다. 뭐, 가끔 관광객들이 많은 크리스마스와 전혀 관계없는 도시 관광품, 전자제품 같은 것들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약간 김이 빠진다. 다음번에는   작은 동네의, 더 전통적인 느낌을 유지하고 있는 마켓을   가볼까 생각 중이다.

눈, 마법, 종소리, 초콜릿, 벽난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인 ◜폴라 익스프레스◞를 생각나게 한다.
어느 나라, 어느 축제든, 꽃은 음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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