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전하는 사랑
어릴 적부터 나는
항상 아빠 손을 잡고
밥도 먹으러 다니고
쇼핑도 함께하곤 했다.
아주 어릴 적엔
아빠랑 남탕에 갔다가 쫓겨난 적도 있었다.
너무 어려 이성의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언제나 꼬질꼬질했고,
아빠는 그런 나를 늘 데리고 다녔다.
이토록 붙어 다녔으니
화기애애한 부녀관계를 상상하겠지만,
우리는 조금 달랐다.
태어날 때부터
애교 없고 살갑지 못한 딸과
예쁘게 말 못 하고 무뚝뚝한 아빠가 만나
“누가 보면 싸웠나?” 싶을 정도로
대화가 거의 없었다.
밥을 먹으러 가면 정말 밥만 먹었고,
쇼핑을 가면 그냥 아빠가 골라주는 대로 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빠를 잘 따랐던 건,
말 한마디보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맛있는 게 있으면 하나라도 더 내게 주고,
내가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옷을 사주려 하셨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가끔 만나 밥을 먹지만
별다른 말 없이 안부만 묻고 헤어진다.
그 침묵이 어찌나 익숙하고 편한지,
이 무미건조함이 오히려 좋다.
너무도 닮아 있는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이해한다.
마치 내가 단비를 대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