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드라마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by Dancing Pen Aug 27. 2025
아이의 여름방학이 시작할 무렵부터
우리 가족에겐 주말 저녁,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토요일, 일요일 저녁 8시 무렵이 되면
모두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편안하게 드라마를 볼 준비를 한다.
아들은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첫 드라마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었다.
우리 셋은 깔깔거리기도, 슬쩍 눈물짓기도 하며
때론 열띤 토론까지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드라마를 무얼 봤으면 좋겠냐는 내 질문에
아이는 주저 없이 '도깨비'를 보고 싶다고 했다.
'도깨비'를 방영할 무렵 아이는 5살쯤 되었다.
나는 드라마를 평소에 굉장히 좋아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는 거의 보지 않았다. 아니 못 보았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때 '도깨비'가 굉장히 인기가 있어서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같이 보자고 꼬신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너무 지루하다며 어디가, 어떻게 재미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계속 툴툴거렸고
나는 결국 10분도 채보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끌 수밖에 없었다.
8년 만에!
나는 아이와 남편과 '도깨비'를 보게 되었다!!!
아이는 나에게 사과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드라마를 왜 본인이 그때 재미가 없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리고 꼭 도깨비 아저씨랑 저승아저씨처럼 잘생기고 멋지며 '목이 긴' 어른이 되겠다고 했다.
(공유와 이동욱이 목폴라를 입고 나오는 장면마다 '목이 길어서인지 목폴라가 참 잘 어울려서 멋지다!'라고
연신 감탄한 내 탓인 듯하다)
지난주부터 우리는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있다.
우린 종종 셋의 얼굴이 마스크팩을 올려놓고
웃긴 장면에서 웃음을 참아가며(얼굴에 주름이 생기면 안 되니)
셋만의 주말 루틴을 성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의외로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아이와 아빠 사이에 대화주제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이를 사랑하지만
요즘 아빠답지 않게 아이와 놀고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색해한다.
잘하고 싶고 노력도 하는데 잘 안 되는 느낌이랄까.
드라마를 보면서
공통의 공통의 대화 주제가 생기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좀 더 편하게 시작을 하게 된 것이다.
때론 드라마 남자 주인공에 빠져있는 엄마를
둘이 같이 놀리기도 하고
'우리 둘 다 도깨비 아저씨처럼 멋있어지자!'하고 다짐을 나누기도 하면서.
아이가 자람에 따라
셋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드러난다.
동시에
이젠 할 수 없는 것들도 생각난다.
아이가 남편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을 정도로 작았던 시절,
나와 남편이 번갈아가며 엎고 앉았던 시절,
키 작은 아이에게 목마를 태우며 멀리까지 있는 것을 보여주던 시절.
할 수 없는 것을 그리워 하기보다
지금 같이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지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자,
이제 다음 드라마 후보를 다 같이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