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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2)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를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by Dancing Pen


"공부했어......"


".... 공부?

.... 뭘 공부했는데?"


"수학"


아이는 당당하게 노트를 가지고 온다.

수학을 공부할 때 쓰는 노트다.

나는 노트를 차례로 넘겨본다.


"야! 이건 이틀 전부터 여기였잖아!

엄마가 CH21까지 한 거 월요일에 봤거든!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벌써 수요일이잖아!

그런데 아직도 CH21이면! 아무것도 안 한 거잖아!!!"


나는 소리를 빽! 지르고야 만다.


"엄마가 착각하는 거야~ 월요일에는 CH 18까지밖에 안 했었다고."


아이고 두야....


"저거 말고 다른 거 공부한 거 있어?"


"아니!"


"..... 방학동안 하기로 계획 세웠던 거는?"


"안 했지."


"...... 그런데... 왜 이렇게 당당하지?"


"사실을 말하는 거니까"


____________


핸드폰을 방 밖에 두라고 한다.

계획한 시간만큼 공부를 하고

방에서 나와 정해진 시간만큼 핸드폰을 쓰자고 제안한다.


아이는 입이 나온다.


핸드폰을 밖에 두고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엄마, 나 패드 필요해."


"패드는 왜?"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어서 찾아봐야 해."


"... 알았어."


내키지는 않지만 우선 패드를 내어준다.


한참이 지나도록 아이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패드로... 뭘 하는 걸까?

알고 싶지 않다.,,

아니 알고 싶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방문을 열어놓고 아이가 화장실에 간 틈에 살짝 책상 위를 훔쳐본다.

그대로다.

CH 21, 움직이지 않는 거북이 마냥, 미동도 없이, 똑같이.


방으로 돌아가는 아이에게

패드를 다 썼으면 밖으로 내놓으라고 한다.

아이는 패드를 가지고 나온다.


________________


"안녕히 주무세요~

아~힘든 하루였다."


"그래~ 잘 자라~"


침대에 누어 곯아떨어진 아이의 모습을 등뒤로 하고

아이의 방으로 가본다.

두려움에 실눈을 뜨고 책상 위를 살펴본다.

CH 21이다.


하아....

핸드폰도 없고, 패드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방에서...

아이는 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공부... 는 한다는데

대체 뭘 공부하고 있는 거지?

인생공부인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다.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춘기 남자아이와의 하루는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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