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서련 Apr 18. 2021

개인의 결을 살리는 학교

Universal, Inclusive, Accessible Edu

본 매거진이 만들어진 초반 기획대로라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머물 한국 내 제3의 공간들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쯤 제가 살고 있는 미국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이곳저곳을 빨빨빨빨 돌아다니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아시다시피 작년부터 시작되어 1년이 넘어가도록 잡히지 않는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서 접근할 수 있는 공공시설에 제약이 너무 많아져 버렸습니다. 흑흑.

하지만!! 이와 동시에, 과거에 없었고 (부디 미래에도 없기를 바라는) 온라인 스쿨이 시행되면서 첫째 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생활을 아주 가까이에서 온종일 엿보기가 가능해졌지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학생들 개개인이 존중받는, 따라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보편적 Universal, 통합적 Inclusive, 접근 가능성이 높은 Accessible) 교육 환경에 대하여 미국의 공립/대안학교 사례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1. 핵심 가치로 짚어보는 교육 철학

1970년대 초반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학교들 모두 비슷비슷했요. 이 가운데, 2개의 대조적인 교육철학으로 대안학교(Alternative School)를 세워서 실험적인 도전을 했다고 합니다. 한 곳은 일반 공립학교보다 교육 성취와 기준을 강조해서 유치원부터 숙제를 한다던지, 과학과 미술 수업이 편제되어 학과목을 강조했다고 하고요. 다른 한 곳 바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인데요. 이 학교가 강조하는 교육 철학은 앞서 나온 아카데믹한 대안학교와 반대로 1970년대 그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Open Education"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의 교육환경, 성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개별 학생이 어떻게 배우고 발달하는지 지켜보고 배움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였대요.


Open Classrooms, Open Philosophy, Whole Child, Developmental Approach, Differentiated Curriculum 등등 여러 가지 용어가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다들 같다고 합니다: 각 아이들의 고유함(uniqueness), 개인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신뢰와 존중, 그리고 전인(whole child) 교육에 기반한 교육 철학이지요. 이 같은 특이한 이력 때문에 타학교보다 자신들의 교육 철학에 굉장히 의식이 깨어있고, 교직원들, 학생들, 학부모들, 졸업생들에 이르기까지 학교 문화에 뚜렷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학부모 선생 연합회 (PTA:Parent-Teacher Association) 외에 다른 학교에는 없는 핵심 가치 위원회(Core Values Committee)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선생님, 학교 관계자(Staff)와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매월 정기 모임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학교의 핵심가치/철학을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답니다.



2. 콘텐츠: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되나요?

위와 같은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 기준을 따르면서, 동시에 사회 정서적인 학습 (Social-emotional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급 인원은 보통 15명 정도에 각 반에는 담임 선생님 1명, 보조 교사 1명 (Teacher's Aide)이 배정됩니다. 킨더 - 1학년이 같은 반에서 함께 배우는 혼합 연령 학급(Mixed age class)이고요. 일정 비율의 장애 학생이 각 학급에 포함되어있는 통합 학급(Inclusive class) 환경입니다. 아이가 유치원이었던 작년에는 시각에 불편함이 있는 친구가 1명 있었고, 이번 1학년 때에는 자폐 증상이 있는 친구 1명이 있네요. 이러한 환경을 기본으로 일반 수업과 소규모 수업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특징도 관찰할 수 있어요.


- We do not give grades to students that would compare them to each other.

: 학생들을 서로 비교하도록 만드는 성적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 we do not issue report cards enumerating standards met or missed.

: 충족/부족하다는 기준들을 열거한 성적표를 발행하지 않는다.  

- we do not give regular homework.

: 집에서 따로 해야 할 과제를 주지 않는다.  

- there are no bells.

: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을 쓰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요즘은, 하루에 2-3회 시행되는 Zoom Meeting 외에도 집에서 따로 해야 하는 숙제들이 있어요. 근데, 코로나 이전에 학교에 다녔을 때는 개별 숙제가 없어서 학교가 끝나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방과 후 학교 놀이터를 날아다녔습니다 ㅋㅋㅋㅋㅋ 숙제가 없는 건 아직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너무 만족스러운데요.  나중에 중학교 가기 전에는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어요.


미국 학교는 체육, 도서관, 음악, 그리고 다른 반이랑 합반 수업 등등 아이들 스스로 공간 이동을 좀 해야 하는데요. 학교에 다니기 전에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없다고 해서 걱정을 했었어요. 울 꼬맹이가 수업시간에 교실에도 안 들어가고 헤매면 어쩌나...... 근데 엄마의 기우와 달리, 아이들을 능력을 믿고 있으면 알아서 잘들 하더라고요. 수업 알리는 종이 없어도 주변 친구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면서 학교 생활을 곧잘 해요.



2-1. 사회 정서적인 학습 Social Emotional Learning

이 학교가 표준화된 등급에 의지하지 않는 이유는 학교의 커리큘럼에서 개개인의 사회 정서적인 발달을 강조하고 개별적 발달 상황을 존중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신경과학자들의 최신 연구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에 있어서 감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 토대를 튼튼하게 하고자 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 그리고 아이들을 다루는 직업군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람의 사회 정서적 능력은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평가할 수 없는 각 개인 고유의 발달 사항이잖아요. 어떤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강점이 있지만 감정을 소화하는 능력은 약할 수도 있지요. 반대로 사회 정서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진 아이가 학업 성취는 아직 부족할 수도 있고요.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세분화가 되어 공감 능력이 좋은 친구, 표현력이 좋은 친구, 리더십이 있는 친구 등등 다양한 표본이 생기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특징들 마저 계속 변화를 겪는 것이 아이들/학생들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 폭력처럼 극단적인 갈등 상황에 노출된다면 당시의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그 아이의 삶에 영향을 받게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배움의 시작으로서 아이들이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체 안에서 상생하는 삶의 기술(Life Skill)을 가르쳐요.  


감정과 색깔을 연결하여 알려주는 그림 이야기책

각 반마다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다루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에 1번씩 공감, 의사소통 기술, 갈등 해결 및 개인적 책임, 자기 옹호(Self-advocacy), 마음 챙김 (Mindfulness)와 같은 개념을 배워나갔다고 해요. 저렇게 써 놓으니 좀 어렵게 들리는데요. ^^;;

그림책을 통해서 색깔과 연결하여 감정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배웠어요. (옆에 그림 참조) 어린아이들이 색깔이라는 직관적인 감각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요. 바구니 채우기(Fill the bucket)라는 컨셉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기쁘게 하면 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고 해요. 오늘 내가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바구니를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그랬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던 콘텐츠는 온라인 체계가 어느 정도 잡힌 뒤 했었던 의견(Opinion) 수업이에요.


- What is it?  vs   What do you like?

 

꼬꼬마 아이들에게 두 가지 질문 유형을 보여주면서, 대답의 차이에 대해 물어봐요. 첫 번째 질문에는 정답이 있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지요. 전자에 대한 대답은 사실(Fact) 후자에 나오는 대답은 바로 의견(Opinion)이지요. 의견이 무엇인지 배운 뒤, 담임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이 타코가 좋은지 피자가 좋은지 토론하는 상황극이 너무 재밌었고요. 그 뒤에 학생들에게도 타코를 좋아하는지 피자를 좋아하는지 각자의 의견을 묻고, 결과를 그래프로 만들었어요. 각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했고요. 타코/피자에 관련된 책도 있고 낄낄낄 웃긴 음악(It's raining Tacos)까지 함께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견을 공책에 적는 시간도 가졌지요.


아들은 타코에 한 표를 던졌습니다.

작문의 경우에는 유치원생과 1학년생의 수준이 많이 다르고, 우리 아드님처럼 가정에서 영어가 아닌 제2외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이들에게서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선생님 1명에 아이들 2명-3명의 소그룹으로 나누어서 며칠에 걸쳐 개별 수업으로 진행이 되었어요.


이 수업을 한 뒤에는 이것을 토대로 매 수업마다 각자의 의견을 듣고 이를 존중하는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요. 정해진 답이 없고, 각자가 다를 수 있고, 소소한 의견까지도 의미 있는 배움을 줄 수 있다고 칭찬해주면서 통합 교육을 위한 튼튼한 토대를 만들어가요.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이 학교만의 특징인 혼합 연령 학급도 사회 정서적 능력을 함양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주었지요. 학년이 높은 아이들에게는 멘토 역할을 맡기고 학년이 낮은 친구들을 돕도록 해줘요. 멘토와 멘티 짝을 지어줘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요. 이에 따라 아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학교 생활에 참여하고 자존감을 더욱 키워주기도 하지요.


그리고 학년이 낮은 아이들은 자기 또래이지만 선행학습을 한 급우들을 통해서 배우는 기회를 가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해에 롤모델이 되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같은 선생님, 같은 학년 친구(Cohort)와 2년씩 함께 지내는 시스템이지요. (이해가 되실런지요?)  


** 일주일에 한 번씩은 다른 반 친구들과 섞여서 놀이 시간을 가지는 시간도 있어요. 작년 같은 경우, 저희 아들은 3반이고 1반부터 4반까지는 유치원/1학년 반이었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 Terrific Tuesday라고 해서 1반에도 가보고, 2반에도 가보고, 4반에도 놀러 갔었어요. 다른 교실에 있는 책도 읽고 게임도 해보고 다른 반의 다양한 친구들과 친구도 할 수 있었어요.      


혼합 연령 환경의 단점도 있어요!!! 자기보다 1-2살 많은 아이들이 덩치도 훨씬 크고, 수학이나 언어 모두 더 잘하는 게 당연한데, 같은 반 친구라고 생각하고 비교하니까 킨더(Younger) 때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리고 작년 담임 선생님은 나이가 아주 젊은 초보 선생님이셨는데  혼합연령 다루는 걸 너무 힘들어하셨어요. 유치원생이랑 1학년이랑 발달 상황이 너무 다르니까, 학업부터 교칙 준수하는 거까지 통제가 잘 안된다고 하셨어요. ㅜㅠ 많이 힘들어하시더니, 그 선생님은 이번 해에 계약 연장이 안되고 다른 학교로 떠나셨네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연륜이 부족하면 혼합연령 학급은 까다로운 조건일 듯합니다.




2-2. 프로젝트 기반 학습 Project-based Learning

미국에는, 적어도 우리 아이가 다니는 이 학교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과서가 없어요. 아이들은 각각 독특한 학습자입니다. 하나의 방법이 모두에게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미리 정해진 하나의 학습 진도는 모든 아이들에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 학교에서는 유닛이라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들고 아이가 주도하는, 개인화된 학습 시스템을 운영해요. 한 달이나 두 달에 걸쳐서 하나의 학습 주제(유닛 Unit)를 중심으로 쓰기, 읽기, 말하기, 수학, 도서관 수업, 미술 수업 등등 이 주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주제를 진행할 것인지 첫 학기 Academic Year가 시작되기 전 선생님들이 모여 정하기 때문에 모든 반이 같은 주제에 대해 배우게 되고요. 하지만, 선생님들의 재량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할지가 유연하게 하기 때문에 개별화 수업을 진행하기가 용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생님의 능력이 큰 변수가 될 것 같아요.


페블고 사이트: 아이들이 스스로 검색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자 환경이 심플해요!

이번 봄학기에는 꿀벌 유닛 (Bee Unit)에 이어서 벌레 유닛(Critter/Insect Unit)을 했어요. 꿀벌이 지니는 특징들에 대해 한 달가량 알아갔고요. 그 뒤에는 각자가 더 깊이 알고 싶은 벌레를 선정해서 조사(읽기, 쓰기, 말하기)도 하고, 책의 구성요소(목차, 제목, 표기 등)에 대해 배우면서 직접 책을 만들기도 해요. 지점토로 만들어 친구들한테 보여주는 시간도 가졌지요.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소그룹을 통해서 하는데, 선생님과 함께 화면을 공유하면서 책을 같이 읽고, Pebblego라는 동/식물에 관련한 사이트가 있는데, 그걸 보면서 필요한 정보를 함께 알아내고 그 뒤에 저널에 옮겨 적는 작업을 했어요. 초상권 때문에 수업 중간에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어요.


대부분 유닛의 마지막에는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소주제를 스스로 정해요. 학습도구나 포맷은 똑같지만, 그 안을 채우는 배움의 콘텐츠는 모두 달라지죠. 이렇게 하면 학습의 동기 부여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배움을 주도하는 능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좌) 꿀벌책, 스콜피온 책, 쓰기 공책 (가운데) 벌레 유닛에서 스콜피온을 정해서 만든 책 (우) 지점토로 만든.....스콜피온????


농장 유닛 활동들 (우) 최종단계에는 자신이 더 알고 싶은 농장 동물을 정해서 빈칸을 채워나가요.



3. 공간: 학교의 도서관 

"사서가 바코디언이라뇨 (2020년 부크크 출판 김지우)"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분들이 사서의 역할을 대출할 때 바코드 찍어주는 정도의 단순직으로 생각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사서의 역할이 훨씬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검색해주기도 하고, 알고 있는 책을 추천해줍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는 엄연한 선생님으로서 정규 수업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고, 작가와의 만남, 한 달에 한번 강아지에게 책 읽어주기 (Reading to a dog), 시각장애가 있는 분을 초대하여 점자책을 읽어주는 시간 등등 흥미로운 학교 행사를 주최하세요.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환영받는 공간으로서 아이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The library is a place where all learners are welcome).

 

앞 쪽에서 콘텐츠 위주로 알아보았으니, 이번에는 학교 도서관을 통해서 보편적, 통합적, 접근성 높은 교육을 위하여 어떻게 "공간"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좌) 도서관 입구 (우) 휠체어와 접근 가능하고 넓직한 책상/ 뒤쪽 책장을 잘 보시면 카테고리 표시에 단어와 그림이 함께 들어가 있어요

도서관은 1층에 위치하기 때문에 휠체어 접근이 쉬워요. 도서관 내부로 들어간 뒤에도 모든 카운터와 책상들은 휠체어가 접근 가능하고 책상이 널찍해서 독서나 작업하기 편안하게 되어 있어요. 책장이나 선반의 위치는 도서관 내 이동 경로들을 모두 넉넉하게 만들어주고, 이로서 휠체어의 이동성을 확보합니다. 이렇게 해두면 몸이 불편한 학생들도 데스크탑 컴퓨터에 가서 리서치도 할 수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도 쉽지요.


위쪽 우측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책장에 카테고리를 보여주는 하얀 표시(Signage)들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자료와 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이 함께 들어가 있어요. 아직 글을 잘 읽지 못하더라도 그림으로 카테고리를 유추를 할 수 있어요.


매달 새로운 책들을 전시해놓은 선반과 뒤쪽에 보이는 휠체어 접근 가능한 컴퓨터들

도서관 내에는 대출/반납을 하는 컴퓨터 2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리서치 혹은 숙제를 하거나 책을 찾아볼 수 있는 12대의 컴퓨터가 있다고 해요. 옆에 사진을 보시면, 책장 뒤쪽으로 컴퓨터가 보이네요. 저 공간에도 휠체어 접근 가능하고요.


컴퓨터 스크린에 보이는 글자와 이미지는 크기 조절이 가능해요. 스크린에 보이는 텍스트는 텍스트 읽기 (text-to-speech) 기능을 이용해서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대출할 수 있는 오디오북도 갖추어 시각적으로 불편을 가지거나, 난독증을 가지고 있거나, 아직 영어 문장을 읽는 것이 불편한 학생들을 배려하고 있어요.  

 



가을을 주제로 꾸며진 도서관 입구

도서관의 입구와 내부는 매달 다양한 주제로 꾸며져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계절(가을)에 대한 주제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통합성을 인식하고 축하(Celebrate)하는 학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미국은 시즌을 챙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어요. 예를 들면, 가을 학기에는 새 학기 - 가을 - 할로윈 - 추수감사절 - 크리스마스 하면 다 끝나 있어요. ㅋㅋㅋㅋㅋ 매년 반복되어 지루할 수 있지만, 그만큼 축제화시켜서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수록 유도하는 것이 미국 교육 환경의 특징 같아요. 그리고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성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요.  


도서관에는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게임과 블록을 구비해놓아요. 아이들이 책 읽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유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an area for open play)를 마련해놓아요. 아이들이 도서관을 즐기는 모습은 모두 달라요. 의자와 책상에 앉기도, 푹신한 소파에 앉아있거나 바닥에 앉아서 책에 집중하기도 해요.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습이 참 다양해요!!
그리운 코로나 전의 도서관 수업


코로나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가는 도서관 수업(Library Class)이 있었고요. 그때마다 사서 선생님이 선정하신 책 2-3권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어요.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스마트 스크린 보드를 갖추어서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책 혹은 인터넷 레슨을 커다란 화면으로 모두가 잘 볼 수 있도록 해요. 또한 음향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어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아이들이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마이크가 2개가 있고, 스피커 2개가 있다고 합니다.








4. 마치며

미국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 개개인의 결을 살리는 교육환경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특정 아이들이 배제되지 않고 모든 학습자들에게 열려있고, 접근 가능성을 높이고, 통합된 배움 공동체.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 노력해나가는 주체들,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들, 학부모와 학생 모두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결국에는 더 나은 콘텐츠를 고민하고 그것이 제공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사람으로 귀결되네요.


또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정말 탁월한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 싶어요. 이 학교에 근무하신 지 5년째로 아주 길진 않지만, 선생님의 사춘기 아들 둘이랑 남편까지(!!!) 모두 이 초등학교 출신이라고 해요. 학교의 교육 철학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분이지요. 아이뿐만 아니라 학부모인 저도 선생님의 말과 반응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사회 정서적인 배움을 많이 얻게 돼요.


직접 마주하는 것이 아니고 온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 아이들의 대답을 기다려주고, 이에 따른 적절한 반응 해주시고, 중재도 해주고, 영감/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적재적소에 던져주고, 누락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항상 체크하고, 선생님이 말하는 중에는 아이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기다릴 수 있는 훈련까지 빼먹지 않고 해 주세요.


Wonderful! Great! Good! Excellent! Beatifully done! Nice! Amazing! Fantanstic! Phenomenal!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한 명씩 불러주면서 해주시는 반응이 다 다를 정도로 다채롭고요. 대충 이름만 부르면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진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아이들의 작은 도전에도 열렬히 응원해주세요. 매번 코멘트나 질문이 있는지도 확인하시는데, 아이들의 이야기와 생각을 더 멋지게, 더 깊이 있게 끌어가는 기술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멋진 제3의 어른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대답하고 반응해야 할지 많은 고민과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학습자 중심의 학교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