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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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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Dec 02. 2022

노인이 된다는 건 이런 걸까?

코로나 격리 2주 후 첫 산책

11월 11일을 맞이하여 우리 집에 그것이 왔다. 초대형 빼빼로가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처음에는 아마도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걸려온 듯한데, 요즘에 독감도 대유행이라 살짝 빌빌대는 -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든 - 첫째를 보며 '흠~ 감기인가?......'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다음 날인 주말 아침 뜨신 물로 목욕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골골송이 흘러나오고 제대로 서 있지를 못 하였다. 테스트해보니 두둥! 드디어 2년간 잘 버텨온 우리 집도 코로나에 무너져버렸다. 초반에 양성 판정을 받은 첫째와 내가 2층 다락(?)에서 격리를 시작하다가 격리 2일 차 막판에 둘째 아이도 빨간 줄 2개가 떠올라 우리 셋이 1층으로 내려와 아이들 방에서 지내고, 신랑은 안방과 부엌을 오가는, 본격적인 코로나 라이프를 시작했다.


첫 이틀, 그러니까 다락에서 격리를 할 때 나는 정말 앓아누어서 밥을 거의 먹지도 않고 이틀 내내 몸살과 열을 벗 삼아 잠만 잤다. 그러다 컨디션이 차차 회복될 때에 둘째 아이가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되어 천만다행이었다.


가을 초입에 4차 백신을 맞아서 그런지 우리들 중 유일하게 코로나를 피해간 방역 대장님. 그분의 철저한 관리 하에 우리는 삼시 세끼를 배달받고, 식기 및 각종 물건과 빨래를 분리해놓고 지내며,  세 사람 모두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다. 첫째, 나, 둘째 이 순서대로 코로나가 걸리 낫는 것도 그 순서를 따라 진행되었다. 코로나에 걸린 뒤 첫 일주일은 온갖 학교와 액티비티를 빠져야 했고, 두 번째 일주일은 불행 중 다행으로 추수감사절 연휴였다. 하지만, 설마 격리로 2주 꽉 채우겠어? 생각하며 연휴가 끝나기 전 1박 2일 가까운 곳으로라도 떠나서 콧구멍에 바람 좀 쏘이자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둘째는 추수감사절 연휴 가장 마지막 날 일요일이 돼서야 음성 판정을 받게 되었다. 허허허!


일상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우리 가족은 연휴를 코로나로 날려버린 허전한 마음, 14일 만에 만나는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세상으로 나가는 설렘, 다시 주어진 건강에 대한 감사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 동네 산책을 하게 되었다.


근데 나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다리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발을 땅에 딛는 느낌이 아니라 종이 인형처럼 흐물렁 거리며 바닥으로 쓰러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흔들거리는 트램펄린 위를 걸어가는 듯한 희한한 느낌이랄까?  다리에, 아니 몸 전체에 근육이 쫙!!!! 빠져버린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내 사정도 몰라주고 걸음이라는 움직임은 관성의 법칙에 참 충실한 녀석이었다. 한번 출발하고 나니까 몸과 마음불안정함이 들든 말든 계속 나가게 됐다. 의도한 건 아닌데 마치 택견을 하는 듯 걸어 나갔다. 이크, 에크, 이크, 에크. 끝내 나는 견디지 못하고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의지하며 산책을 나갔다.


2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평 남짓한 공간에서 세 사람이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몸을 움직이면 얼마나 움직였으려나. 유튜브 보며 홈트도 하지만 24시간 중 달랑 20분 열심히 움직이다가 나머지 1420분, 2주니까 20000분에 가까운 시간을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 지내는 생활을 했다. 게다가 시간 때우기 용으로 아이들과 퍼즐이랑 보드게임을 엄청 했는데 바닥에 앉는 좌식 생활이 허리에 엄청난 무리를 준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다. (그래도 이슬아 작가님 '가녀장의 시대' 완독하고, 네이버 웹툰 911 작가님 '빌드업' 1-100화 정주행할 수 있던 건 너무 행복했다! 근데 빌드업은 이제 일주일에 한번씩, 수도꼭지에서 물 한 방울 떨어지는 기분으로 기다려야 해 ㅜㅜ) 


오랜만에 가까이서 만난 아빠를 바라보며 아이들은 신이 나서 뛰고 달리고 난리가 났다. 반면 나는 그 광경이 점점 멀어져만 갔다. 노인이 된다는 건 이런 걸까? 가까이 따라가고 싶어도 사람들이 계속 멀어져만 갔다. 근육이 빠져나간 몸은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나 혼자만 슬로우모션이 적용된 듯한 그 찰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화. 언젠가는 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따라가고 싶어도 함께 하지 못하는 이런 서글픈 상황은 가능한 한 늦게 왔으면 좋겠다. 그럴러면 꾸준히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운동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0%는 아니더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감각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소설쓰기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을 하니 큰 위로가 되다. 글이라도 끄적거리려면 또 다시 건강으로 되돌아온다.


모두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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