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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스네일 Apr 06. 2019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

오늘도 그냥 존재할 수 있길



언젠가 모 심리 연구소에서 하는 강의를 듣고 왔는데, 그 내용을 오해해서인지 오히려 그대로 잘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와 속상해 한 적이 있다. 이불 속에서 한참을 울다가 강의자 분께 도움을 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 어떤 강의를 더 들어야 마음이 괜찮아질 수 있을지 물으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이 온전하지 않으니 더 나아져야 한다는 그 마음을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인 채로는 어떤 지식도 자신을 찌르는 무기가 되어 버리니까요.’

그 뒤로 한동안 성격이나 심리적 문제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멈췄고, 어떠한 조언이나 위로의 글도 찾아 읽지 않았다. 지나고 나니 그 시간들이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항상 불완전함에 집중하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그런 완벽주의 성향 자체가 문제가 있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불완전함을 자각하고 더 나아지려는 것이 무엇이 문제겠는가. 다만 우리는 완벽함과 가치있음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완벽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고 사랑받아 마땅할 것이라는 믿음은 자칫 잘못하면 완벽해야만 인간의 권리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춰 부당한 일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하다고 여기게 되는 일이다. 그러니 행여라도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점과 스스로의 가치를 연결 지어 생각하지는 말자. 완벽하지 못함과 인간으로서 누릴 권리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더 나아지려 할 때마다 내심 그것을 이룬 뒤에 얻을 인정이나 관심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마음은 잘못된 마음이었을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행동이었을까? 있는 그대로의 자기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되려면 더 나아지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누구나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기대하고 노력의 동기로 삼을 수 있다. 이 역시 전혀 잘못된 게 아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노력과 성취들이 내 존재 가치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여기는 함정에 빠지지는 않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무언가를 깨우치려 노력할수록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단기간에 바꾸어 버리기는 힘든 일이다. 이왕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더 나아지지 않아도 자신의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는 믿음을 안은 채로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도 그냥 존재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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